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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김신욱 세번의 미소

입력 | 2013-12-04 07:00:00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MVP, 베스트11 공격수, 팬타스틱플레이어 등 3관왕에 오른 울산 김신욱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2013 K리그 대상 영예의 3관왕

1. 압도적 표차로 최우수선수 등극
2. 팬투표 선정 팬타스틱 플레이어
3. 베스트11 공격수 부문까지 올라

우리가 최고였지만
방점을 찍지 못했다
몇년 만에 마신 눈물의 폭탄주
더 강한 내년, 아시아 정복
브라질월드컵까지
2014년엔 모든 걸 이루고 싶다


프로축구 울산현대 장신(197cm) 스트라이커 김신욱(25)은 올 시즌 롤러코스터를 탔다. 특히 최근 사흘간은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팀은 1일 포항과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최종전에서 져 우승을 날렸고, 그도 생애 첫 득점왕 등극에 실패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만큼 많은 걸 얻었다. 2일 2013동아스포츠대상 프로축구 올해의 선수가 됐다. 다른 팀 동료들의 직접 투표로 결정돼 더욱 값졌다. “어떤 것보다 의미가 큰 상이다.” 그래서 상금 1000만 원을 뜻 깊게 사용하겠다고 했다. “내가 받은 많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다.”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주인공도 그였다. 기자단의 압도적인 지지(유효표 113표 중 90표·79.6%)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팬 투표로 선정한 팬타스틱 플레이어상과 베스트11 공격수 부문까지 합쳐 3관왕이다. “과분한 영광이다. 내가 이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멈춤 없이 계속 정진하겠다.”

스포츠동아는 김신욱과 2,3일 이틀에 걸쳐 인터뷰를 가졌다.

● 준우승 그 후

지난 달 30일 울산 동구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마지막 팀 훈련. 경고누적으로 포항전에 나설 수 없었던 김신욱도 동료들과 함께였다. 울산 김호곤 감독도 허락했다. 출전이 예상된 포항 공격수 박성호의 대역으로 적합했다는 판단도 있었다. 한 시간 남짓한 풀 트레이닝이 끝나고 숙소로 향하던 그는 “부산전(11월27일) 후부터 금식 기도 중이다”고 했다. 독실한 크리스천답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팀과 동료들을 위한 기도였다. 뒤늦게 털어놓은 내용은 이랬다. “승리는 아니었다. 개인적 욕심을 버리게 하시고, 팀이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얻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부탁드렸다.”

이어진 아픔. 관중석에서 포항과의 숨 막힌 95분 혈전(1일)을 지켜본 뒤 그라운드에서 동료들을 끌어안고 격려했다. 울음바다 라커룸에선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선수단 회식 후 동아스포츠 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호텔방에서 잠을 청했지만 아픈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개인 훈련을 돕는 이창현 트레이너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때론 맥주도 섞어 마셨다. “몇 년 만에 정말 세게 마셨다. 잠도 안 오고,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 가장 힘든 하루였다.”

김신욱은 인터넷을 열지 않았다. 각종 게시판을 도배한 팬 반응을 접할 자신이 없었다. 우승팀 포항에 대한 찬사는 이해할 수 있지만 울산을 향한 악평과 비난까지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비판 받은 울산의 밀집수비는 어쩔 수 없었다. 차-포를 모두 뗀 마당에 포항의 장점(패스)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였다. 당시 김신욱은 구단 비디오분석관과 인터밀란(이탈리아)이 바르셀로나(스페인)를 제압한 2009∼2010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 영상을 돌려보며 효율적 차단법을 연구했고, 동료들과 상의했다. 밖에서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내가 뛰었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거다. 축구계 아버지 김호곤 감독님과 동료들은 날 빛내줬다. 쏜살같이 흘러간 1년이 너무 행복했다. 방점만 찍지 못했고, 우리가 최고였다. 그래서 훨씬 상처가 깊었다. 해외로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

● 내가 아닌 우리, 오늘 아닌 내일을 향해

그래도 시련보다는 내일이 기대된다. 기량은 확인됐다. 득점뿐만 아니라 도움(6회)의 맛도 느꼈고, 머리와 발에 두루 강한 완전체 공격수가 됐다. 팀에서의 진화만큼이나 대표팀에서의 위상도 크게 올랐다. 스위스-러시아로 이어진 11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까지 받았다. 골맛도 봤다.

“대표팀에서도 힘든 시간을 오래 겪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의 아쉬움과는 다르다. 대표팀은 내로라하는 최고 실력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경쟁에 뒤처질 수는 있다. 이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견딜 만 했다. 팀은 내 모든 게 녹아있다. 추억의 기반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스스로에 내린 숙제도 있다. 배후 침투와 더욱 높은 점프 등이다. 쾌감이 훨씬 큰 헤딩골 빈도를 보다 늘리겠다는 목표도 있다. 김호곤 감독과 ‘철퇴 축구’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 내년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2관왕을 꿈꾼다.

“실력을 쌓고, 올해보다 더 좋은 환상의 팀워크로 힘을 유지할 거다. 아시아를 다시 정복하고, 국내까지 평정해서 울산의 힘을 보이겠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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