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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업계 1위마저 자금난… “영구채 발행으로 숨통 터줘야”

입력 | 2013-11-01 03:00:00

한진해운 총차입금 9조원 넘어… “업계 체력 바닥나나” 위기론 확산




국내 1위, 세계 7위 (현재 컨테이선 기준)해운회사인 한진해운이 ‘형제기업’인 대한항공에서 ‘급전’을 빌리자 국내 해운업계가 한계상황에 이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 3위 해운회사인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한진해운마저 자금난에 처한 사실이 확인되자 해운업계의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해운업계에 실효성 있는 금융 지원을 하지 않으면 ‘도산 도미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기반 흔들리는 국내 해운업

해운업계가 어려워진 것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운반할 화물이 감소하면서 운임이 하락하자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2010년부터 3년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를 냈다. 부채비율도 2010년 말 240%에서 올해 3월 말 775%로 높아졌다.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에서 빌린 1500억 원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CP) 2200억 원도 갚지 못할 수준이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1800억 원대 회사채의 만기가 내년 3월이다. 4월 이후 9월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도 2100억 원어치다. 한진해운의 총 차입금은 6월 기준으로 9조500억 원이 넘는다.

○ 외국 해운회사는 정부 지원 받아

외국 해운회사들은 자국(自國)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으로 버티며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2009년 12월 세계 1위 자국 해운사인 머스크에 덴마크 수출은행을 통해 5800억 원대의 금융을 지원했다. 일본도 지난해 1조4000억 원대 규모의 장기 저리 선박금융을 제공했다. 싱가포르도 2009년 6월 1조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자국 해운회사에 빌려줬다. 중국은 2009년부터 자국 해운회사에 총 46조 원 규모의 자금(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5억2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국은 ‘선박금융공사’ ‘해운보증기금’ ‘해양경제특구’ 등 각종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말만 무성할 뿐 실현된 지원책이 거의 없다.

선박금융기금은 사실상 무산됐다. 해운보증기금도 진척이 더디다. 해양수산부는 국정감사에서 해운보증기금 설립을 놓고 “2014년 상반기까지 설립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해운업계는 무엇보다 주채권은행의 보증으로 영구채 발행만 성사되면 몰락은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어 자본으로 간주돼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줄어 재무개선 효과가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하나은행에서 영구채 발행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우리은행도 다음 주초까지 긍정적인 결론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