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에 카메라를 장착해 위에서 찍은 붉은 벽돌집. 붉은 벽돌을 촘촘히 쌓아 외부의 시선과 소음은 차단하고 안에 ‘ㅁ’자 마당 쪽으로 통유리창을 설치해 채광과 환기문제를 해결했다. 박공지붕엔 금속 지붕재인 징크를 썼다. 남궁선 사진작가 제공
건축가 정수진
“의사인 건축주는 어린 두 딸과 전업주부인 아내를 위해 사생활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안전한 집을 원했습니다.”
중정형 설계는 담을 쌓지 못하도록 규정한 판교신도시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과 사생활 보호를 원하는 집주인 사이에서 정수진 건축 에스아이 대표가 내놓은 절충안이다. 그가 판교에 지은 ‘하늘집’(2011년)과 ‘노란돌집’(2012년)도 건물 외벽을 담처럼 둘러 외부의 시선을 막아 놓았다.
붉은 벽돌집 중정. 가운데 마당 쪽으로 난 1, 2층의 통유리창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문으로 가릴 수 있다.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231.8m²(약 70평) 규모인 붉은 벽돌집은 외부의 시선과 소음은 차단하되 내부로는 활짝 열려 있다. 마당을 향해 터놓은 통유리창으로는 마당 건너 주방에서 요리하는 아내와 서재에서 책장을 뒤적이는 남편과 아이들이 서로를 볼 수 있다.
이 통유리창과 외벽에 최소한으로 낸 창을 통해 채광과 환기가 이뤄진다. 하늘을 보며 조용히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마당부터 박공지붕이 만들어낸 아이들을 위한 다락방, 마룻바닥에 뒹굴거리기 좋은 아버지의 서재, 간접조명과 천창이 주는 아늑함까지 붉은 벽돌집은 건축주에겐 ‘즐거운 우리 집’이다.
붉은 벽돌집의 외부 전경. 2층 높이의 외벽을 담처럼 두른 중정형 주택은 건축주의 사생활을 완벽히 보호해 주지만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듯한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반면 이은석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는 “붉은 벽돌집의 중정형 설계는 법규를 따르면서도 사생활 보호라는 건축주의 기본권을 찾아준 지혜로운 선택”이라며 “특히 도로가 앞쪽으로 나 있는 집의 경우 소음 피해가 심한 데다 밤이면 집 안이 더욱 잘 들여다보여 큰 문제다. 판교 주택단지를 설계한 이가 (담을 없애면 공동체가 복원된다는) 낭만적인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성남=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