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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호의는 고맙지만…” 다시 출국한 로버트 김

입력 | 2013-10-22 03:00:00

방한중 신문에 실린 후원광고 보고… 한국 도움 받는다는 오해살까 우려
일정 앞당겨 부랴부랴 미국으로




로버트 김(김채곤·73) 씨는 한국을 방문 중이던 15일 동아일보 A31면 하단에 실린 광고(사진)를 보고 상념에 젖었다.

‘대한민국에게 로버트 김은 귀중한 자산. 한미관계의 희생양’이라는 제목의 광고가 자신의 사진과 함께 실렸기 때문이다. ‘10월 23일(수) 오후 6시 로버트 김과 만남’이라는 안내문구와 후원계좌도 적혀 있었다. 김 씨는 광고가 나간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 광고는 김 씨를 돕고자 하는 모임인 ‘로버트 김 서포터즈’가 김 씨의 한국 방문에 맞춰 뜻을 모아 낸 것이다. 김 씨는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9월 25일 한국에 왔다. ‘서포터즈’는 김 씨가 미 해군정보국 컴퓨터 정보분석관으로 일하던 1996년 9월 한국 정부에 국가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체포돼 징역 9년, 보호관찰 3년에 처해진 이후 자발적으로 김 씨를 도와왔다. 이 모임과 별도의 공식 후원회가 있었지만 2004년 7월 27일 김 씨가 석방된 뒤 자진 해산했다.

김 씨는 광고를 낸 모임의 호의에 감사하면서도 깊은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씨는 21일 급히 미국으로 돌아갔다. 순수한 성격의 후원 모임이라도 혹시나 자신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받는 듯한 오해를 받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당초 11월까지 머물 예정으로 한국에 왔다.

김 씨는 형기를 마친 것은 물론이고 2005년 10월 보호관찰까지 끝나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버지니아 주의 자택 근처에 경찰차만 지나가도 화들짝 놀랄 만큼 투옥의 상흔이 남아있다고 한다.

김 씨는 모임을 주도하는 지인들에게 한국어로 편지를 썼다. ‘저는 미국 법을 어겨 오랫동안 구형생활을 한 전과자고 공소시효가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의 지나친 호의를 감당할 수 없어 죄송합니다.’

김 씨는 부인 장명희 씨(70)와 경기 화성시의 제부도에 있는 보육원과 경기 파주시의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다음 주에 담요 300벌과 면도기 등을 지원받아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는데 이를 실천하지 못하게 돼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김 씨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마음속 조국은 여전히 대한민국이었다.

김 씨를 후원해온 사업가 이모 씨(48)는 “로버트 김이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소시효가 없는 범죄를 저지른 죄인일지 모르지만 한국인들이 그에게 갖는 고마움도 시효가 없다”며 “로버트 김의 애국적 희생을 국민들이 오랫동안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