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일. 스포츠동아DB
“형들이 숨 좀 쉬래요.”
20일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이 3-1로 앞선 8회말 오재일은 LG 마무리 봉중근을 두들겼다. 타구는 중견수 뒤 펜스 쪽으로 날아갔다. 잠실구장이 아니었다면 홈런이 됐을 법한 타구였지만, 공은 펜스 상단을 맞고 떨어진 뒤 LG 중견수 박용택의 발에 걸려 우중간으로 흘렀고 중계플레이는 지연됐다. 그 사이 오재일은 주저 없이 홈으로 향했다. 결과는 세이프.
점수는 순식간에 4-1로 벌어졌다. 오재일은 주먹을 날리는 세리머니로 승리를 예감했다. ‘3루타에 이은 중견수 실책’으로 기록되며 장내홈런은 무산됐지만, 필사의 질주였다. 그는 “사실 맞는 순간엔 홈런인 줄 알고 천천히 뛰었는데…. 외야에서 벌어진 상황은 잘 몰랐다. 3루 코치님이 계속 팔을 돌리시기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보다’ 싶어 뒤도 안 돌아보고 홈으로 달렸다. 덕아웃에 들어오니 형들이 ‘숨 좀 쉬라’고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성큼성큼 뛰는 모양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 걸음이 느린 편은 아니다”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00m도 13초 정도에는 들어온다고 한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