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관 정치부 차장
내심 손학규와 서청원이 30일 열리는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한판 붙었으면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7개월에 대한 중간 평가가 어떤지, 여권의 친박 실세 공천에 대한 민심 흐름이 어떤지, 손학규는 분당(을) 승리의 저력을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을지 등 정치부 기자로서의 ‘무거운’ 궁금증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청원의 표현대로 “과거 좋은 관계였는데 웃통 벗고 한판 붙는” 상황이 실제 벌어지면 어떨까 하는 ‘가벼운’ 호기심이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댄 것 같다.
정치판에선 사적 인연을 뛰어넘어야 할 때가 많다. 손학규도 2008년 총선 때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동문수학한 후배인 박진 전 의원과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다만 서청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손학규가 출마 결심을 내리지 못할 것으로 확신했던 것 같다. 대선을 노리는 사람이 지역구를 네 번째 바꿔가며 이겨봐야 본전인 불확실한 게임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본 듯하다.
손학규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앞으로 시간이 밝혀줄 것이다. 서청원이 7선으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말하듯 ‘신선(神仙)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다만 궁금한 건 독일로 가기 전의 손학규와 돌아온 이후의 그는 뭐가 달라졌느냐는 점이다.
손학규는 불출마 선언 후 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연구소 창립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과연 내가 이 사회, 이 나라에서 진정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저 안에 끊임없이 그 질문을 하는 손학규와 방어하는 손학규가 싸우고 있었다”고 했다. “나 자신의 권력과 명예를 위해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되뇌었다”고도 했다. 그동안 무슨 욕심을 부렸다는 건지, 또 무슨 욕심을 내려놓겠다는 것인지…. 진정성이 느껴지는 듯 하면서도 알쏭달쏭하다. 독일에서 8개월간 성찰과 모색의 시간을 보냈다지만 그는 여전히 ‘고민의 늪’에 빠져 있는 걸까.
이 국면에서 흥미로운 건 박지원의 행보다. 그는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청원에 대해 “리더십도 있고 마음씨가 아주 좋은 분”이라며 한껏 치켜세우더니 같은 날 저녁 손학규의 싱크탱크 행사에 가서는 “독일처럼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용관 정치부 차장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