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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첩보 2000년 이후에만 22건…北특수부대 기습루트

입력 | 2013-10-11 03:00:00

北 남침용 땅굴도발, 21세기에도 여전히 ‘진행형’




《 땅굴은 흔히 20세기형 재래식 도발 수단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는 전면전이 벌어지거나 대규모 국지전이 일어날 경우 남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도발로 평가된다. 베트남전에서는 베트콩이 땅굴을 이용해 미군에 기습 타격을 한 일이 있다. 땅굴이 북한이 자랑하는 20만 명의 특수전 병력과 결합할 경우 그 위력은 더욱 커진다. 》

군 관계자는 “만약 한반도에서 ‘제2의 6·25전쟁’이 벌어진다면 북한은 대규모 특수전 부대를 최단시간 내 남파하는 최적의 기습 루트로 땅굴을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성이 “남침용 땅굴 하나가 핵폭탄 10개보다 더 위력이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폭탄이 위협용이라면 땅굴은 실제 타격이기 때문이다.

○ 2000년 이후 땅굴 관련 귀순자 증언만 22건

1990년 제4땅굴 발굴 이후 한반도에서 땅굴 이슈는 주목도가 떨어져 왔다. 민간 차원에서 끊임없이 추가 땅굴의 존재를 주장하는 의견이나 제보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군 당국은 “현장합동조사 결과 (대남 도발) 땅굴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고 발표하곤 했다.

본보가 입수한 육군본부의 국회 제출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군 당국이 1951∼2013년 탈북귀순자들로부터 확보한 땅굴 관련 첩보는 38건. 이 중 2000년 이후 확보한 첩보만 22건(57.9%)에 이른다. 최근 귀순자들은 특히 북한이 2군단과 5군단 등 전방군단을 중심으로 철원과 개성을 비롯해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에서 대남 침투용 땅굴을 굴착했다고 증언했다. 2008년 탈북한 김모 씨는 “강원도 김화군에 위치한 북한의 46사단 전방에서 북한이 땅굴 작업을 벌였다”고 진술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군 당국은 북한의 땅굴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자체적인 조사를 벌여온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군 당국은 매년 시추장비 16대와 탐사장비 8대를 동원해 경기 파주시와 구리시 등 수도권 이북의 전방지역을 중심으로 북한군의 땅굴 탐지작전을 벌여왔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총 7차례에 걸쳐 북한의 땅굴 위협에 대비하라고 예하 부대에 각별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서에 적시됐다. 2009년 4월 23일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기존 땅굴 식별 징후가 있는 지역에서 집중 작전을 벌이라”는 상세 지침을 하달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한창 거셌던 올해 4월에는 정승조 합참의장과 조정환 전 육군참모총장이 나흘 간격으로 “(땅굴 징후가 있는 곳의) 경계 및 탐지작전에 나서는 병력들은 복장을 제대로 갖추고 나가라”고 당부했다.

北 남침용 땅굴도발, 21세기에도 '진행형'

○ 발견은 어렵고, 위력은 치명적

군은 북한이 제4땅굴 이후 군사분계선 인근까지만 굴설을 해 추가 땅굴이 발견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장비 노후화 △자문기관과 연계한 탐사기술 미흡 등의 이유로 우리 군이 포착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땅굴 굴착 기술은 상당한 위협으로 평가되지만 현 수준의 우리 군 장비와 탐지 기술로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군이 운용하는 시추장비의 절반 이상인 9대가 도입한 지 20년이 지난 노후 기종이고, 이 중에는 무려 34년 된 장비도 포함돼 있다.

비공개 보고서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포함돼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한 전문가는 “서울시보다 큰 대규모의 유전 발견 확률도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지질이 매우 복잡한 지하 200m에서 직경 2m 크기의 땅굴을 발견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제4땅굴도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각종 첩보를 토대로 이상 징후를 포착해 정밀탐지 작업과 300차례의 시추 작업을 거쳐 그 존재가 드러날 때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손영일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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