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팀 reporter@donga.com
▼ 일본산 수입생선 방사능 걱정 지나쳐 ▼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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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반응은 방사능에 대한 오해 탓에 벌어지는 것 같다. 일본에서 수입된 생선을 보면 세슘 방사능 오염이 발견되는 것은 1% 정도이고, 그 농도도 1kg당 10베크렐(Bq·방사성물질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 내외로 낮다. 이 값은 우리 기준의 37분의 1 정도이고, 일본산 식품에 특별히 적용하는 기준인 100베크렐의 10분의 1이다.
방사선은 암을 유발하므로 기준치 아래라도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위험을 말하려면 방사선 노출 자체가 의미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통계적으로 우리 국민은 하루 평균 30g 정도의 생선을 먹는다고 한다. 이는 모든 생선이 1kg당 100베크렐로 오염되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에 3베크렐 정도를 먹는 셈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음식이나 공기에 있는 천연 방사능을 하루에 적어도 200, 많게는 1000베크렐 이상을 섭취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200을 섭취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300이나 400도 섭취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생선에 있는 후쿠시마 방사능 3 정도에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사람들이 방사선이나 방사능 문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원폭으로 인해 방사선을 매우 무서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나아가 평소에 방사선을 받지 않는데 원자력 사건 때문에 그런 방사능에 피폭된다고 오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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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와 전남 여수시는 땅에서 나오는 방사선 강도가 다른데 0.06밀리시버트는 여수 시민이 수원 와서 1개월 정도 살 때 더 받는 방사선량에 불과하다. 유럽이나 미국 1회 왕복할 때 비행기 안에서 받는 방사선량도 이 정도이다.
지금 발견되는 생선의 방사능으로 인해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은 이 값의 100분의 1도 안된다. 이렇게 의미 없는 수준의 방사선 때문에 생선이 안 팔린다니 정말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 당시 오염된 바닷물은 태평양을 돌아 앞으로 우리 바다에도 이를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계속 희석되고 방사능도 줄어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능 증가를 확인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우리 생선의 방사능은 걱정할 일도 아니다.
이번에 발견된 오염수 저장탱크 누설사건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염수 방사능 농도는 L당 1억 베크렐 정도인데 300t(30만 L) 정도가 누설되었다고 하면 총 방출량은 30조 베크렐로, 2년 전 사고 당시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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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 필자 소개 ::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핵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실장을 거쳐 현재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국민 건강-안전 위한 당연한 ‘예방 조치’ ▼
김진환 방송통신대 무역학과 교수
이 사태를 보는 한일 간의 시각차는 분명하다. 우선 수입금지의 전제가 되는 ‘과학적 근거’에 대한 양국 정부의 이해상충이 엿보인다. 일본은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그동안 과학적 판단을 할 일본의 자료를 제대로 건네받지 못한 상황에서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가 올해 안에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는 8개 지역의 50개 품목에서, 해당지역에서 출하되는 모든 수산물로 확대적용하고 있다. 즉 ‘예방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예방적 원칙은 1930년대에 독일의 사회, 법적인 전통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이것은 큰 사태로 번지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뜻이다. 영국 보통법에서도 ‘주의 의무’로서 비슷한 개념이 있다.
여기에서 예방적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란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있을 때, 이를 증명할 과학적 확실성이 없을지라도, 국가가 정책적으로 주의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적으로 이행되는 예방적 조치는 동식물에 대한 인간의 피해 그리고 환경에 대한 것으로 규정된다. 이것은 한 나라의 정부가 공공위생 및 환경으로부터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어떠한 이유를 불문하고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WTO는 이와는 약간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즉 위생과 관련된 협정에서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의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협의과정을 거쳐 1995년 초부터 강제 이행되고 있는 SPS(Agreement on the Application of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가 있다. 이는 수입된 해충이나 질병으로부터 생길 수 있는 동식물의 건강 및 식품안전과 관련해서, 과학적 증명을 갖추지 않고 시행되는 회원국의 수입규제 정책에는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회원국의 수입규제 정책은 필히 과학적 증명을 갖추어야 하며,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WTO는 SPS에 따라 수입규제를 시행하는 정부의 조치를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과학적 증명이 없는’ 예방적 조치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1982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자연헌장은 환경과 관련해 예방적 원칙을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승인했다. 이 헌장은 1992년의 브라질 리오 환경개발선언에도 반영됐는데, 리오선언의 원칙 15항에 따르면 환경보호를 위해 ‘과학적 증명이 없는’ 예방적 조치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즉 심각하고 되돌릴 수 없는 피해 위협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비록 완벽한 과학적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환경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들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1991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환경보호관리법의 정의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다시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로 돌아가 보자. 한국이 실행한 수산물 수입금지는 예방적 원칙의 기본개념에 충실하다. 게다가 일본 측이 말하는 WTO 규정은 동식물과 관련된 규정이다. 이보다 상위인 유엔총회의 리오환경선언을 준용해서 해석해 보면, 일본이 요구하는 완벽한 과학적 확실성의 입증책임 문제는 한국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즉 한국의 예방적 조치는 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현대는 자유무역의 시대이고 이를 위해 WTO가 운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철저한 원산지 관리와 엄격한 검사증명서 요구, 그리고 자체 수입기준의 상향조정 등을 통한 보다 강화된 수입관리를 우선적으로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김진환 방송통신대 무역학과 교수
:: 필자 소개 ::
영국 플리머스대에서 국제물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해운과 물류부문에 대해 연구했다. 한진물류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한국방송통신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