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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실망 안기는 ‘희망하우징’

입력 | 2013-10-02 03:00:00


‘대학생 희망하우징’으로 공급한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다가구주택 입구. 벽면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다가구주택. 현관 앞 주차장에 들어서자 불쾌한 냄새가 코를 확 찔렀다. 한쪽 벽에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와 일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공용 현관에는 별도의 개폐 장치가 없어 아무나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계단과 복도는 한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듯 먼지가 수북했고 각종 전단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얼핏 보기에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 같지만 사실은 서울시가 다가구주택을 매입한 뒤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임차료로 제공하는 임대주택인 ‘대학생 희망하우징’이다. 다가구주택 내 가구마다 3명가량의 학생이 방은 따로 쓰고 주방과 거실 등은 공동으로 이용한다.

대학생 희망하우징 사업이 공급 확대에만 치중한 채 사후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희망하우징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기존의 ‘유스하우징’을 확대한 것. 원룸주택을 짓거나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저소득 대학생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 중랑구 묵동의 희망하우징에 사는 대학생 조모 씨(21·여)는 요즘 밤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 비밀번호로 출입하는 현관문이 반 년째 고장 나 아무나 드나들 수 있기 때문. 조 씨는 “관리센터에 아무리 전화해도 묵묵부답”이라며 “일반 원룸보다 싸니까 불편해도 참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보는 학생들이 함께 살다 보니 갈등이 잦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희망하우징에서 3개월 살다 나온 대학생 김모 씨(23)는 “함께 살던 학생이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참다 못해 나왔다”며 “건물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 일부 학생의 무분별한 생활이 통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희망하우징 836실 중 외부에 관리를 위탁한 정릉동 정릉희망하우징(54실) 외에는 관리실이 있는 곳이 없다. 나머지는 SH공사가 지역별 통합관리센터로 관리한다. 그러나 기동점검반 5, 6명이 일반 임대주택과 희망하우징을 함께 관리하다 보니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이 때문에 임대료가 보증금 100만 원, 월 7만∼15만 원으로 저렴한데도 중도 계약 해지가 늘고 있다. 1일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서울시와 SH공사에서 제출받은 ‘대학생 희망하우징 퇴거 및 임차료 체납 현황’에 따르면 계약 기간(2년) 이내에 해지한 경우는 2010년 9건에서 지난해 175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만 180건이다. 체납액도 2010년 452만 원에서 지난해 3442만 원으로 늘었다.

이 의원은 “대학생 주거 복지 확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적 위주의 공급 확대에만 치중하지 말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 배정, 시설물 현상 유지 등 관리에 중점을 둔 것은 사실”이라며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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