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 떼고 마까지 없는 삼성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삼성 박석민이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4타수 4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박석민이 1회 1사 2루서 방망이를 힘껏 돌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리즈 사구에 다친 왼쪽팔로 한화전 출전 강행
4안타·4타점 원맨쇼…타선 부상 공백 메워
“오랜만에 4안타 경기…맞히는 건 자신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15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수심이 가득했다. 막바지 상위권 순위 싸움이 한창인 시점에 주전 선수들이 여기저기 부상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서였다. 2위 삼성은 전날 한화전에서 3-4로 역전패하며 선두 LG에 2.5게임차로 뒤져 있었다. 이미 채태인, 조동찬, 진갑용, 배영섭이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상황. 게다가 남아 있는 중심타자 박석민(28)도 몸이 성치 않았다.
역시 사구 때문이다. 박석민은 8일 잠실 LG전에서 상대 선발 레다메스 리즈의 강속구에 왼쪽 팔(삼두근)을 맞았다. 배영섭이 머리에 공을 맞고 쓰러진 바로 그 날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로 다음 경기인 11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김영민의 직구에 다시 왼쪽 팔을 맞았다. 하필이면 리즈의 공이 강타한 부위의 바로 아래쪽이었다. 이미 올해에만 벌써 21개의 사구(死球)를 기록한 박석민이다. SK 최정(22개)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고통을 호소하던 박석민은 결국 12일 대구 롯데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실제로 박석민의 팔은 지금도 시퍼렇게 멍이 든 채 부어 있다. 통증이 심해 제대로 스윙을 하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도 13일부터 다시 경기에 나서고 있다. ‘나까지 빠지면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14일 대전 한화전 도중 다시 통증이 심해져 중도 교체되기도 됐지만, 15일에도 변함없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류중일 감독도 박석민의 이름이 찍힌 전광판을 바라보며 “이런 상황에서 박석민까지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다”며 쓰린 속을 달랬다.
박석민은 경기 후 “오랜만에 4안타 경기를 한 것 같다. 맞히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늘 자신감을 갖고 타격을 한다”면서 “지금 팀이 조금 어려운 상황인데, 승리에 연연하기보다는 각자 내 할 일을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뛰었다. 다행히 오늘은 팔꿈치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