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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美 출구전략 쓴다는데… 신흥국 외환위기 우려는 왜?

입력 | 2013-09-09 03:00:00


신흥국들 20년 만의 외환위기 공포 동아일보 2013년 8월 21일자 A2면

《 미국의 출구전략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수년간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왔던 신흥국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신흥권의 대표 주자인 인도 루피화(貨)의 환율이 20일 달러당 64.11루피로 마감하며 그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가치로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5월 초 대비 15% 폭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올 들어 17%나 하락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태국 터키 등 20여 개국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했다. 》
Q.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의 외환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 금융위기와 연이어 발생한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신음했을 때도 높은 경제성장률로 주목받던 나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들 나라에서 외환위기 우려가 나오는 걸까요?

○ 외환위기란 통화가치 급락에 따른 위기

1997년 12월 3일 당시 재정경제원 장관 임창열 씨(앞줄 가운데)와 한국은행 총재였던 이경식 씨(앞줄 오른쪽)가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에서 구제금융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산업기반 붕괴위기, 삶의 질 곤두박질’.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1998년 5월 22일자 동아일보 기사의 제목입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국을 묘사하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외환위기로 뼈저린 고통을 겪은 우리로서는 최근 신흥국들의 외환위기 우려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외환위기란 무엇일까요? 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하면서 발생한 위기입니다. 통화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환율이 상승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1달러에 1000원이던 환율이 1200원으로 상승하면, 이것은 원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원화의 가치가 하락함을 의미합니다. 이전에는 1000원이면 1달러와 바꿀 수 있었는데, 이제는 1200원이 있어야 1달러와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경상수지 적자+해외자본 유입 급증으로 불거져

외환위기가 발생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를 겪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4년 멕시코와 1998년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과 1997년 우리나라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외환위기 이전에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었고 해외자본의 유입이 크게 증가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장기 투자를 위한 자본보다는 단기 수익을 얻으려는 자본 유입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해외자본의 유입이 늘어나면 통화의 실질가치가 상승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해외 투자자들이 A국가에 투자를 하려면 달러화를 가져와서 A국가의 통화로 바꿔야 합니다. A국가의 통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죠. A국가의 통화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입니다.

통화의 실질가치가 오르면 상품에 책정되는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다른 국가 상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상수지가 악화됩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수년간 누적되면 해외 투자자들은 이들의 경제 상황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되고, 이런 시점에 경제적 불안요인이 발생하면 해외자본이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해외자본이 빠져나가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환차손을 의미합니다. 앞에서 든 예와 같이 1달러에 1000원이던 환율이 1200원으로 올라 원화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갖고 있던 원화의 가치가 20% 떨어지는 것이죠.

따라서 해외 투자자들은 통화가치가 더 하락하기 전에 경쟁적으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자금이 썰물처럼 급격히 빠져나가고 통화가치는 단기간에 급락하게 됩니다.

○ 외환위기는 기업도산, 실업자 양산 등 일으켜

이상엽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그러면 해당 국가에는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해외 투자자들이 통화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앞 다투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했던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자산가격이 급락하여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에 혼란이 발생합니다. 특히 외환위기 전에 들어온 단기자금들이 자산가격에 버블을 형성해 놓은 경우에는 이러한 혼란이 한층 가중됩니다.

해외에 부채를 갖고 있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도산의 위기에 놓이게 되고 실업자가 생겨납니다. 더불어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수입물품 가격을 급등시켜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통화가치 하락은 환율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000원이었다가 2000원으로 오르면 10달러인 수입품은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오르는 것이죠. 이러한 부작용은 가계와 기업, 국가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려 장기 불황을 초래합니다.

이번에 외환위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국가들 역시 경상수지 적자와 해외자본 유입의 증가라는 현상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외환위기로 고통받았던 경험을 생각하면 이들 국가가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겼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더불어 우리나라도 다시는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도록 타산지석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상엽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