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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 정웅인 “딸 유치원에 ‘웅떡’ 돌렸는데 살인자 이미지로”

입력 | 2013-08-12 07:32:33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 섬뜩한 기운이 감돌았다.
 
유행어 한 번 들려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낯익은 음성의 “꼬마야~”가 울려퍼졌다.
 
배우 정웅인(42)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대사와 함께 고개를 한번 스윽 돌려야 한다”며 기자를 슬쩍 바라보고는 “다음은 네 옆에 그X 차례야”라고 진지하게 연기를 펼친다.
 
그는 “이런 요청들이 기분 좋다”며 “내 나이에 이렇게 유행어가 생기고, 방송 모습이 캡처 되는 게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40대에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정웅인. 그의 남다른 인생 이야기, 유쾌한 가족 이야기, 진지한 연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딸 유치원에서 ‘웅떡’으로 인기 최고였는데…”
 
정웅인은 딸 세윤 양(7)의 유치원에서 한 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지난 4월 KBS 2TV ‘해피투게더3’에서 만든 ‘웅떡’을 손수 만들어 유치원생들과 선생님들에게 돌린 후부터였다. 
 
“유치원에서 아이 부모님들이 돌아가면서 간식을 해줘요. 집에서 직접 만든 간식을 돌린 아이는 한 명도 없었나봐요. 그런데 세윤이가 ‘웅떡’을 만들어달라는 거예요.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거든요. 정말 힘들었지만 덕분에 제 이미지가 정말 좋아졌어요. 선생님과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죠.”
 
하지만 그는 이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드라마에서 냉혈한 살인범 민준국 역을 맡은 후, 좋았던 이미지가 살인자 이미지로 바뀌었다고 토로했다.
 
“연기를 인정 받은 것은 좋은데 단번에 살인자 이미지로 바뀌어서…. 항상 드라마를 보며 세윤이에게 열심히 설명해줘요. ‘드라마 속 피가 진짜 피가 아니야. 튜브로 빨간 물을 마시고 있다가 ‘액션’하면 내뱉는 거야. 설탕 넣어서 맛도 달아. 쇠파이프는 고무로 만든 가짜야. 자세히 봐봐’라며 상세히 알려줘요. 그래도 제가 나오는 신은 음악도 무섭게 깔리니까 제 뒤로 숨으며 잘 못보더라고요.”
 
정웅인은 가족 이야기를 하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제가 작품을 못하고 있을 때 오히려 아내가 ‘작품이란 게 들어올 때 두세개 들어오고, 안 들어올 때도 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격려해줬어요. ‘그런데 통장 잔고는 없다’고 한마디 덧붙이죠.(웃음) 올해는 그냥 작품 없이 가족들과 캠핑 다니고 생활비를 아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 그에게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갑자기 찾아왔다. 드라마 편성 자체도 급하게 잡혔고, 정웅인의 캐스팅은 대본 연습 이틀 전에 결정됐다.
 
“참 세상사가 그렇더라고요. 게다가 드라마 인기가 이렇게 좋을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는데 말이죠.(웃음)”
 

●“‘너목들’ 각각의 잠재력이 부글부글 끓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전작 ‘내 연애의 모든 것’은 4.0%(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시청률)의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또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타 방송사에서 거절 당하다 급하게 편성된 작품으로, 인기 없다는 편견을 지닌 법정 장르 드라마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첫 방송은 7.7%를 기록, 2회 시청률은 12.7%를 기록하며 놀라운 인기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가님이 2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작사들에서 거절 당하고, 방송국 편성에서도 거절 당하고요. 감독님도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이후 급하게 연출을 맡으시고, 이보영 씨도 다른 드라마가 잡혀있었는데 급하게 합류했다고 해요. 다양한 사연과 노력들이 합쳐져서 부글부글 끓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어요.”
 
특히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보영과 이종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보영 씨의 연기에 대해서는 제가 감히 언급을 할 수 없어요. 보영 씨 연기하는 것 보거나, 대화를 나눠보면 정말 현명한 사람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여배우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은 데 말이죠. 결혼해도 무척 현명한 아내가 될 것 같아요.”  
 
“종석이는 평소에 무척 철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촬영에 들어가면 ‘그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에 깊이가 있어요. 빡빡한 드라마 제작 환경이 나아진다면 더욱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아쉬운 마음도 들어요.”
 
정웅인은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서도 뿌듯한 심정을 내비쳤다.
 
“다른 배우가 민준국 역을 연기했다면, 또 다른 느낌이 났겠죠. 저만의 캐릭터로 잘 살렸던 것 같아요. 기존에 ‘정웅인’ 하면 재미있는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캐릭터도 무척 잘 어울린다는 평가에 재미있고 묘한 기분이 들어요.(웃음)”
 
●연기 밖에 모르던 40대 아저씨의 ‘인생전환’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하는 동안 심장이 쫄깃했어요.”
 
정웅인은 작품을 하며 느낀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실 인기보다도 더 좋은 것은 배우 정웅인의 연기가 각인 됐다는 거예요. 인기는 스쳐지나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연기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제게 분명 남는 일이거든요.”
 
그는 단순히 인기로 얻은 들뜸이 아닌, 오랜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진정한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40대에 찾아와 더욱 남다른 행복이었다.
 
“금전적으로 나아진 것은 없어요. 아빠, 남편, 자식으로서 저의 존재감이 달라진 거죠. 장인어른이나 다른 이웃들도 ‘이놈이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꾸준히 해온 것이 결국 빛을 발하는 구나’ 생각했을 거고요. 더 좋은 아빠, 자랑스런 남편, 멋진 아들이 됐어요.(웃음)” 
 
그의 연기 고집과 꾸준한 노력이 지금의 민준국을 만들고, 배우 정웅인을 재발견시켰다. 앞으로 그의 바람도 연기의 끈을 절대 놓지 않는 것.
 
“관객들과 계속 더 가까이 만날 거예요. 1년에 한번씩은 꼭 연극을 하려고요. 배우로서의 기본적인 노력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또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같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되겠죠.(웃음)”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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