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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부산 동래에 조선시대 배수시설 살아있었네

입력 | 2013-08-16 03:00:00

동래읍성 옛 남문터 240여m 구간서… 한양도읍지 시설 이어 두번째 발견
현재까지 생활하수로로 이용중




부산 동래구 수안동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하수관거. 현재도 하수로로 사용돼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시립박물관 제공

부산 동래구 수안동에서 현재 사용 중인 생활하수로가 140년 전 조선시대의 하수관거(管渠)였던 사실이 확인됐다. 조선시대 하수관거가 확인되기는 부산에서 처음이며, 전국적으로는 서울 한양 도읍지의 하수관거 시설에 이어 두 번째다.

부산시립박물관 문화재조사팀은 “지난달 16일부터 동래구 수안동 183-2에서 실시한 유적 발굴 조사 결과 현재 생활하수로로 이용되고 있는 배수 시설이 조선시대에 축조된 하수관거임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유적이 위치한 곳은 동래읍성 남문터(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7번 출구 충렬대로 237번길)에서 동래시장 오거리에 이르는 240여 m 구간.

동래구청은 지난해 5월 이 도로의 일부가 침하되자 자체 조사를 벌였다. 구멍 난 아스팔트에 내시경 카메라를 넣어 내부를 찍어 보니 측벽돌(양 옆에서 지지하는 돌)과 천단석(위에 덮은 돌)이 있고 아래에 하수가 일부 흐르고 있었다. 이에 부산시립박물관에 발굴 조사를 의뢰했고, 박물관 측은 조사 대상 지역이 일방통행 2차로 도로인 데다 교통량이 많아 교통 통제가 가능한 60.6m만 조사를 진행했다.

뚜껑과 벽체, 바닥 등 직사각형으로 구성된 하수관거는 조사 구간 중 5.1m 정도 뚜껑돌이 유실됐고 벽체와 바닥은 대체로 축조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뚜껑돌은 길이 100∼120cm, 폭 35∼50cm, 두께 10∼20cm 정도의 장방형에 가까운 다듬은 돌로 벽체의 최상단석 위에 걸쳐 놓았다. 뚜껑돌 사이의 틈은 작은 잡석과 자갈을 끼우고 점토로 메운 방식이다. 바닥은 다양한 크기의 판석을 깔고 작은 잡석과 자갈돌 등으로 빈 공간을 메운 후 바닥돌과 맞물리게 해 벽체를 쌓아 올렸다.

벽체는 평균 가로 33cm, 높이 22cm 정도로 가공한 화강암을 3단으로 쌓았다. 바닥 폭은 71cm 내외이며 뚜껑돌에서 바닥돌까지는 82cm 정도로 이뤄져 있다.

하수관거는 동래읍성 안의 서남쪽에 위치해 있어 이곳에서 발생한 하수를 읍성 남문을 지나 온천천으로 흐르는 작은 하천으로 보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남북 방향으로 축조된 하수관거의 동쪽과 서쪽 일부에 동서 방향으로 난 지선의 하수관이 연결돼 있다. 이는 지선의 하수관이 주변 하수를 본선으로 모아 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따라서 동래읍성 안에 본선과 지선으로 이뤄진 체계적인 하수 배출 체계가 만들어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김유정 부산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읍성 안의 하수 배출 체계를 규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유적의 축조 시기, 건축학적 특징, 나머지 구간의 향후 보존 대책 방안 등을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