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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증세 기준선 연봉 5500만원으로 상향”

입력 | 2013-08-13 03:00:00

朴대통령 “중산층 지갑 얇게 해선 안돼… 세제개편안 원점서 재검토”
기존 3450만원서 나흘만에 조정 나서



당정협의 참석한 玄부총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제 개편안 관련 긴급 당정협의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착잡한 얼굴로 자리에 앉고 있다.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 한기호 최고위원, 김기현 정책위의장, 유일호 대변인(왼쪽부터)의 얼굴도 굳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제 개편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직후 열린 이 회의에서 현 부총리는 “정무적 판단이 부족해서 이렇게 (논란이) 돼 송구하다”고 말했다.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세제 개편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커지자 4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일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개정안에 오해가 있거나 국민에게 좀 더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는 사안은 정부가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보완할 부분은 적극 바로잡아야 한다”며 “아직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 있으니 당과 국회와도 적극 협의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제 개편안과는 별도로 내년도 예산안 편성 때 서민 중산층에 대한 예산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며 “특히 교육비나 의료비 지원 등 중산층이 피부로 느끼는 예산 사업은 반영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세제 개편안이 중산층 봉급생활자들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 여론이 확대돼 국정운영에 대한 역풍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서둘러 불을 끄고 서민 중산층의 민심을 달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고 후폭풍이 분 뒤에야 “정부 정책과 어긋난다”며 원점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것은 사전에 세제 개편안의 세부사항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전에 큰 방향과 줄거리가 보고됐지만 어느 소득구간에서 얼마의 세금을 더 내는지와 같은 세부 내용은 대통령이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고소득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해 과세 형평성을 높인 점 등을 언급하며 “개편안이 세제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화하려 했다”고 말해 개편안의 방향성 자체는 바꿀 생각이 없음을 나타냈다.

소득세 부담이 높아지는 기준선은 기존 3450만 원에서 5500만 원 안팎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당정의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득구간 7000만 원 이하의 경우 기존 정부안인 연간 16만 원 증가 대신 6만∼9만 원만 추가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 개편안에 비해 30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국회에서 현 부총리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 당정회의에서 새누리당도 이같이 요구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당정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법 전반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 세수 문제는) 고소득자의 탈루에 대한 세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파문의 근본적 화근은 청와대가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무리한 주문을 내놓았기 때문이란 지적도 많다. 국민 설득을 통한 증세라는 정공법을 택하지 않고 비과세 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곁가지만 건드리다 보니 결국 국민의 뒤통수를 치는 모양새가 됐다는 비판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청와대가 처음부터 정답이 없는 문제를 내놓았다”며 “정부의 세원 확충 및 세출 삭감 방안으로는 전체 복지 재원의 절반 정도밖에 마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세율을 높이는 증세를 하든 복지공약을 구조조정하든 실질적 방법을 내놓아야 했다”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세종=유재동 기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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