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6곳 제품 공동개발… 입소문 타고 백화점에도 입성프랜차이즈 빵집 매출 앞질러… 지자체도 경영상담 지원 나서
8일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입점한 동네빵집 매장에서 고객이 ‘서구맛빵’을 골라 쟁반에 담고 있다. 대구백화점 제공
대구 서구 내당동에서 ‘풍미당 베이커리’라는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손노익 대표(45)는 표정이 밝다. 올 들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게보다 가격은 20%가량 싸지만 맛은 뒤지지 않는다는 게 손님들의 평가다. 그는 “좋은 재료를 쓰고 이윤은 적게 남기는 게 매출이 늘어난 비결”이라고 했다.
이 가게는 서구지역 동네빵집 주인 6명과 힘을 모아 공동 제품을 생산한다. 프랜차이즈 빵집처럼 같은 재료를 공급하고 제조 기술을 공유해 빵을 굽는다.
손 대표는 지난해 9월 대구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 100m²(30여 평) 규모의 빵집을 열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다가 장사가 잘 안돼 문을 닫은 자리였다. 그는 “서구맛빵 등이 고객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하루 평균 매출이 100만여 원에 이른다. 전에 있던 프랜차이즈 빵집 매출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대구 서구의 일부 동네빵집이 대형 프랜차이즈와 당당히 경쟁하며 골목상권을 지켜가고 있다. 서구제과협회에 따르면 서구 지역에서 영업하는 빵집은 60여 곳. 이 중 38곳이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업체다. 가게 이름도 ‘밀익는 마을’ ‘빵나라 친구들’ ‘맛있는 빵집’ 등 개성을 살렸다. 이 빵집들은 특화 제품과 차별화한 서비스로 프랜차이즈 업체와 경쟁한다. 한 빵집 주인은 “한 번 온 고객은 꼭 기억하고 입맛에 맞는 빵을 추천하면서 단골로 만든다”고 말했다.
서구맛빵을 개발한 주인들은 최근 ‘고구마빵’도 같이 개발했다. 겨울철 동네에서 파는 군고구마에서 착안한 것. 빵 속에 팥 대신 구수하고 달콤한 고구마를 넣었다. 다른 빵집 주인 8명도 개발에 참여해 빵 굽는 기술을 익혔다.
서구맛빵의 주인들은 최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맛과 모양을 일정하게 하는 제조시설을 갖추고 공동 홍보 판매장도 만들기 위해서다. 자본금은 정부 지원을 받아 5억 원 정도. 참여하는 빵집도 늘릴 계획이다.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은 손 대표는 “조만간 찹쌀떡 종류의 신제품을 포함해 다섯 가지를 더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