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성화高-마이스터高 학생 30명, 명장 찾아 4박5일 기술대장정
생산현장이 신기한 학생들 2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귀곡동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찾은 ‘2013 기술대장정’ 참가 학생들이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기술 장인’을 꿈꾸는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재학생 30명은 22일부터 4박 5일간 전국을 돌며 숙련기술 현장을 체험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이들처럼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다니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대부분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하면서도 대졸 취업자와의 차별 등 향후 진로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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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학교에 진학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13명의 학생은 “졸업 뒤 바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학교 선택 과정에서 ‘인문계고에 비해 성적이 나쁜 학생이 많을 것’이라는 사회의 인식에 영향을 받았다”는 학생도 16명이나 됐다. 기술인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과 가족의 만류 속에서 인문계고 대신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선택한 이들 가운데 당시 결정을 후회한다는 학생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27명의 학생은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해서는 14명이 ‘선(先)취업 후(後)진학’ 계획을 밝혔다. 우선 직장에 들어간 뒤 재직자 전형 같은 방법으로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것.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거나(4명), 계속 직장 일에 전념하겠다(3명)는 학생도 있었다. 남들보다 빨리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현재의 학교를 선택했지만 여전히 대학 진학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 더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진학하려는 학생도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 탓에 이른바 ‘스펙’을 의식하는 학생이 많았다. 응답자 가운데 11명이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고 답한 게 그렇다. 이들에게 취업할 때 가장 큰 걱정은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은 급여보다 직장 내 차별이었다. 30명 가운데 13명이 “대졸 사원에 비해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설문에 참가한 학생들은 ‘능력 중심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미래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바람직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 11명의 학생은 “다양한 직업군이 모두 존중받는 사회”를, 9명은 “학력이나 스펙보다 능력과 실력이 우선시되는 사회”를 꼽았다. 특히 25명의 학생은 “학벌이나 스펙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이 성공하고 대접받는 세상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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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기술대장정은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올해는 대기업뿐 아니라 명장 기능한국인 등이 경영하는 강소기업도 방문했다. 참가 학생들은 4박 5일간 포스코 등 6개 기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3개 기관을 둘러보면서 숙련기술의 현장을 체험했다.
국내 유일의 여성 보일러 기능장인 오서영 샤인이엔지 대표는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 오 대표는 20여 년 전 보일러 일을 시작했을 때를 언급하며 “가족은 물론 주위 모든 사람이 반대했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부의 기초가 없다’ ‘돈이 부족하다’ 같은 핑계를 대지 않아야 한다”며 “오히려 그런 어려움을 발판 삼아 자신의 인생을 새로 디자인하라”고 강조했다.
1977년 포스코에 입사해 1998년 명장이 된 황명환 포스코 부공장장은 “아이디어가 없으면 기술전문가로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문제점을 발견하려는 과정에서 바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명재 명정보기술 대표도 “발견 발명 창업 아이디어는 학습과 생각에서 비롯된다”며 “많은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많이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초의 기능 한국인인 류병현 동구기업 대표는 “기능은 ‘산소’와 같아서 이것이 없다면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기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계설계분야 기능한국인 이계봉 서광기연 대표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판검사가 아니라 기술인과 기업인”이라며 “기술에는 정년이 없는 만큼 평생 익히고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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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