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방한 ‘디자인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 e메일 인터뷰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찍어 보내왔다. 컴퓨터나 첨단 장비 없이 소박한 사무실 풍경이 인상적이다. 그는 아틀리에 위에 있는 집에서 아이디어의 기본 방향을 잡은 뒤 아틀리에로 내려와 20여 명의 직원과 협업한다고 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 제공
‘안나 G’(1994년). 1분에 한 개씩 팔린다는 와인 오프너다. 동아일보DB
멘디니는 방한에 앞선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동물과 식물, 물건, 도시, 가게, 예술작품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은 물론이고 사랑이나 증오 같은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사람들이 가진 문제들, 욕망, 철학, 사랑과 미움, 의례 같은 것들에서도….”
―아물레또를 포함해 디자인 제품들의 색감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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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의자(1978년). 35년이 지난 지금도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동아일보DB
“좋은 디자인이 되려면 기능성과 유용성을 충족해야 한다. 내 삶에는 어떠한 디자인 허세도 허용하지 않는다.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내가 지닌 것, 연구한 것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디자인을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나.
“특별한 취미는 없다. 읽고 조금 걷고,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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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득한, 새것과 옛것이 공존하는 거대한 도시다. 삼성 리움 미술관과 고궁 건축물을 좋아한다. 이번에 한국에 가면 8월 6일 떠나기 전까지 한강변의 현대 건축물들을 둘러볼 생각이다.”
―한때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성공적이진 않은 듯하다.
“정부 주도의 문화 프로젝트는 관료주의가 큰 문제다.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도 공공기관이 주도해 그런 문제를 겪지 않았나 싶다. 정부나 경영자에겐 문화 역사 기술 등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조언자가 필요하다.”
아물레또(2010년). 이탈리아어로 ‘수호물’이라는 뜻의 스탠드 조명. 라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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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디자이너를 직업이 아닌 소명(mission)으로 여겨야 한다. 돈이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겸손한 태도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험하라. 내가 최고일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다. 난 늘 완벽하지 않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학교에서 강의도 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잘못된 것을 전달할까 봐.”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건강한 현역이다. 비결은….
“매일 규칙적으로 정신 운동과 신체 운동을 한다. 요가도 하고. 채식주의자인데 적게 먹는다. 그리고 일찍 잔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하지만 행복을 느끼기엔 세상이 너무 폭력적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