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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모두 인정할 건 인정해야”

입력 | 2013-07-25 03:00:00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 편’ 낸 유홍준 교수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 편’을 설명하는 유홍준 명지대 교수. 창비 제공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은 근대사 콤플렉스로 일본 문화를 무시합니다. 양국 모두 서로가 동아시아 역사에서 당당한 지분을 가진 문화적 주주 국가라는 걸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출간 20주년을 맞은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64)가 번외 격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 편’(창비)을 펴냈다. 규슈와 아스카·나라 편 등 2권을 먼저 선보인 유 교수는 교토와 오사카 문화유산을 정리해 총 4권의 일본 답사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유 교수는 “지난해 규슈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온천 관광을 다니더라. 일본 역사유적을 소개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 우경화되는 걸 보고 ‘할 말은 좀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인정할 건 좀 인정하자는 게 책의 요지”라고 설명했다. 일본인은 한반도의 문화 전파를 너무 깎아내리고, 한국인은 일본 문화는 모조리 한국 덕분에 이뤄졌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일본 학자들은 한국에서 건너간 문화를 ‘한반도를 거쳐서 온 대륙 문화’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 아버지 용돈은 ‘아버지를 거친 회삿돈’인가요. 이와 별개로 일본은 외부문물을 받아들여 주체적 문화를 세웠습니다. 그들의 독자성도 적절하게 평가해야죠. 중국 영향을 받았으니 한국 문화는 고유성이 떨어진다고 하면 말이 됩니까.”

일본 문화에서 배울 점도 많다며 ‘조선 도공(도예가)’을 실례로 들기도 했다. 유 교수는 “한국은 임진왜란 때 조선 도공들이 끌려가 노예 학대라도 받은 것처럼 묘사한다”며 “오히려 도공들은 한반도에서 천민 대우를 받았고 일본에선 예술가나 귀족으로 예우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이 도자기로 세계를 제패한 배경에는 이런 ‘장인 존중 문화’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답사기를 펴내며 꼭 한 곳을 추천한다면 어딜까. 유 교수는 주저 없이 ‘아스카’를 꼽았다. “남도를 답사하며 강진 해남을 빼놓을 수 없듯 일본에선 고대문화의 발상지인 아스카를 꼭 봐야 합니다. 20여 년 전부터 그곳을 자전거로 돌면서 일본 답사기를 쓴다면 꼭 이곳부터 쓰리라 결심했어요.”

지난해 답사기 7권 제주 편을 선보인 유 교수는 8권 남한강 편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지금까지 모두 330만 권가량 팔렸으며, 예약판매를 실시한 일본 편도 선주문으로 1만 권이 나갔다. 유 교수는 “올해 정년퇴임인데 남한강 이후엔 가야와 독도를 포함한 섬 편으로 답사기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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