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오키나와 최대 음악축제 ‘피스풀 러브 록페스티벌’ 현장 가다
일본 오키나와 현 오키나와 시에서 열린 제31회 피스풀 러브 록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국 록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 일본 록 밴드 HY와 오렌지 레인지 등 출연진이 13일 공연 뒤 무대 위에 모였다. 이 페스티벌은 록 음악을 매개로 전통과 미래를 잇는 ‘평화의 노래’를 만들어 왔다. 피스풀 러브 록 페스티벌 제공
이날은 아시아 20개 음악 팀이 참가하는 제31회 피스풀 러브 록페스티벌(13∼14일·이하 피스풀 러브)의 첫날이었다. 피스풀 러브는 1983년 시작된 오키나와 최대의 음악 축제. 일본 최대의 록 축제인 후지 록페스티벌(1997년 시작)보다 훨씬 역사가 깊다.
도쿠야마 요시히로 페스티벌 대표는 지난해 한국 밴드로는 처음 크라잉넛을 초대했다. 그는 “한일관계가 안갯속일수록 양국이 함께 아시아 평화를 도모할 때”라며 올해부터 한국 음악인을 페스티벌의 황금시간대에 한 팀씩 초청하기로 했다. 그 첫 주자가 옐로우 몬스터즈. 그는 5월부터 한국의 김웅 드럭레코드 대표와 함께 두 지역 밴드의 합동공연 시리즈인 ‘서울×오키나와 커넥션’도 열고 있다.
오렌지레인지, 몽골800, HY처럼 오리콘 차트 상위권을 점하는 젊은 밴드들이 주도하는 ‘오키나와 록’의 역사도 이런 환경에서 태동했다. 오키나와 시내에서 1969년부터 음반사를 운영해온 비세 요시카쓰 씨(74)는 “오키나와인은 전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야전침대 부속품과 통조림 깡통으로 전통악기를 복원해 연주하며 정체성을 유지했다”면서 “미군 위문 밴드의 필요성으로 일본 본토보다 먼저 서구식 록 연주자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시내에는 여전히 40개 이상의 라이브 하우스가 성업 중이다. 일본 내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라이브 클럽을 보유한 곳이다. 해외 록 명곡을 똑같이 재현하는 커버 밴드(cover band)는 오키나와 대중음악의 큰 축이다. 미군의 유흥을 위해 시작된 록의 역사는 오키나와 2, 3세대 록밴드에게도 자양분이 됐다.
오키나와 출신 신세대 록밴드들은 고향의 전통음악을 록과 결합해 일본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13일 무대에 오른 밴드 HY는 오키나와 전통악기 산신(三線·세 줄짜리 현악기)과 다이코(大鼓·큰북) 연주를 록과 접목해 들려줬다. 보컬 히데유키 신자토는 “본토와는 다른 음계와 분위기가 일본인의 마음을 끄는 것 같다.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과 음악이 늘 창작에 영감을 준다. 본토에서 성공했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라고 했다.
피스풀 러브는 미군을 통해 유입된 록 음악으로 전통과 미래를 잇는 ‘평화의 노래’를 만들어왔다. 라디오 방송국 ‘FM 고자’를 운영하는 준키치 노구치 씨(65)는 “미군이 안전요원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관객으로도 참여하며 현지인들과 하나가 된다. 오키나와 록이 일본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고 했다.
오키나와=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