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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여자에게 나이란… 신화-전설로 풀어낸 곱게 늙는 법

입력 | 2013-07-13 03:00:00

◇여자로 나이든다는 것/앤 토머스 지음·박은영 옮김/376쪽·1만6000원/열대림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새삼스럽게 늙은 여자를 발견한다. 쪼글쪼글한 주름, 칙칙한 기미,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순식간에 여자는 슬퍼진다. 인생의 시곗바늘이 탄생보다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공포심마저 든다. 여자는 그렇게 뒤숭숭하게 중년을 맞는다.

이 책은 30년 넘게 중년 여성들의 심리상담을 해온 미국의 여류 심리치료사가 나이 들어가는 여성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이자 응원이다. 저자는 자기계발서 식의 뻔한 조언 대신 우회로를 택했다. 세계의 민담, 전설, 신화를 들려주면서 융의 분석심리학을 빌려 이야기 속에 담긴 상징을 해석하고, 이를 의미 있는 노년을 위한 지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중간 중간에 저자가 만난 상담자들의 사례도 넣었다.

자식이 없는 여성이 노년의 상실감을 달래려 눈으로 만든 소녀와 함께 살아간 이야기를 다룬 러시아 ‘눈처녀 설화’를 들려주며 내면의 결핍을 외부에서 채워 넣을 수 없음을 일깨워준다. 또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를 도운 아드리아네 설화를 분석하면서 전환기에 놓인 여성일수록 자신의 내면 속 남성성을 건강하게 일깨우고 여성성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함을 깨우쳐준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정서적 성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게 책의 핵심 메시지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 자신을 ‘몸’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점점 늙어간다. 보톡스나 진한 화장은 임시방편일 뿐. 하지만 정체성을 ‘내면’에 두고 성숙시키려 노력한다면 나이가 들수록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설화와 상징을 분석하고 이를 나이 드는 여성에 대한 조언으로 해석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해석에 동의하느냐는 독자의 몫이다. 다만 ‘곱게 늙는 법’에 대한 성급한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늙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