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정치부
성균관대 교수로 복직한 박 전 장관은 감사원 발표와 관련한 인터뷰 요청에도 거의 응하지 않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출연 요청에도 손사래만 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4대강 실무를 꿰고 있는 박 전 장관이 직접 나서 설명해야 대응논리에 설득력이 강해지는데 나서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책회의에서 공식 입장이 나왔는데 개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추가 대응을 하지 않는데 내가 또 말하는 건 맞지 않다. 바둑에서도 두 수를 연속으로 두면 반칙 아니냐”고 했다. ‘4대강 사업의 지휘자로서 억울한 부분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말하면 내일 신문에 또 나 논란이 되지 않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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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5년 내내 임명직을 맡았던 박 전 장관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논란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대선 공신’이 아닌데도 초대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지낸 터라 더 큰 책임감을 요구받지만 궂은일에는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한 측근은 “욕먹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자기는 밥만 먹고, 설거지는 우리보고 하라는 거냐”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박 전 장관이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 ‘더 모실 수 없게 돼 가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왜 ‘앞에서 우는 사람 조심하라’고 했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의 모습에서 MB 측근 그룹의 게젤샤프트(Gesellschaft·이해타산으로 결합된 집단) 성향이 드러난 것 아니냐”고 평했다.
박정훈 정치부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