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완 사회부 차장
경찰이 수사 초동단계에서 이런 논의를 거친 것은 2004년 6월 불량 만두 파동의 악몽 때문이다. 만두소로 이용된 무를 ‘쓰레기 수준의 무’라고 발표했던 경찰과 이를 ‘쓰레기 만두’라고 선정적으로 표현한 대다수 언론 보도의 결과는 처참했다. 만두업체 사장이 투신자살했고, 만두업체 전체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 불량 만두 파동의 학습효과 탓인지 한동안 불량식품 수사는 경찰의 손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불량식품은 척결해야 할 ‘4대 사회악’의 하나로 지목되면서 최우선 수사과제로 떠올랐다. 유통기한이 지난 쇠고기 닭고기 누에분말, 사료용 다시마로 만든 불량 맛가루 등을 유통하거나 제조한 업자들이 줄줄이 입건됐다.
정부가 이번 불량 맛가루 파동을 교훈삼아 ‘선(先) 안전성 조사, 후(後) 수사결과 발표’로 바꾸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해법을 찾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불량 맛가루 파동만 돌이켜봐도 수사기관의 실적경쟁이 낳은 부작용이 드러났다. 수사기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회수를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협조체계가 오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노출됐다. ‘수사기밀’을 이유로 제때 알려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불량 맛가루 제조업체 관계자는 경찰에 이렇게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 다른 업체는 더 심한 원료도 사용하는데….” 궁지에 몰리니까 그냥 하는 소리라고 지나치기에는 너무도 찜찜하다. 이런 불량업자들을 추방하기 위해서라도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량 만두 파동의 트라우마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차지완 사회부 차장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