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시행령 앞두고 재계 촉각30%일땐 총 405곳서 195곳으로 줄어… 삼성SDS 빠지고 SK C&C 포함돼 논란공정위 “사회적 문제된 곳 모두 포함”
시행령에서 정할 총수 일가 지분 등에 따라 같은 업종, 같은 그룹이더라도 규제를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총수 지분에 따라 희비 엇갈려
2일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대기업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대통령령에서 정한 비율 이상인 계열사와 거래할 때 이 법의 규제 대상이 된다.
원칙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405개 계열사 모두를 규제 대상으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총수 일가 지분이 많지 않을 경우 계열사와의 거래로 총수 일가가 얻는 이익이 미미하기 때문에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1∼2% 지분을 가진 계열사까지 규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공정위가 총수 일가 지분 30%를 기준으로 정한다면 규제 대상은 405곳에서 195곳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로 그룹 내 전산 업무를 맡는 삼성SDS(총수 지분 17.2%), LG CNS(1.4%) 등은 제외된다. 반면 같은 업종인 SK C&C(48.5%)는 규제 대상에 포함돼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법안은 과잉 입법”이라는 재계의 주장을 감안해 공정위가 기준을 50%로 올리면 규제 대상 기업은 131곳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SI 업체들은 물론이고 삼성에버랜드(46.0%), 현대엠코(35.1%) 등 그동안 문제가 됐던 기업들이 대부분 제외돼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반발할 공산이 크다.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만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면 규제 대상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를 도맡아 온 이노션 등 55곳만 해당된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는 비율을 어떻게 정하든 ‘봐주기 논란’이 불가피한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최근 일감 몰아주기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은 모두 포함하는 선에서 기준을 정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공정위 관계자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곳들은 모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SK C&C 등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덕분에 매출이 10년 동안 30배가량 늘었다. 감사원이 4월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을 대상으로 대기업 증여세 과세 여부를 감사한 결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금 배당 등을 통해 약 2조 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이노션은 2005년 설립 이후 현대차그룹의 광고를 맡으며 8년 만에 업계 2위로 급성장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과 동생 최기원 씨가 주요 주주인 SK C&C도 그룹의 정보기술(IT) 부문을 독점하면서 인건비와 유지보수비를 높게 책정해 총수 일가에 3조1749억 원의 이익을 안겨줬다.
경제계는 공정위가 밝힌 ‘문제된 곳을 대부분 포함하면서 과잉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기준을 30% 안팎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 논의 과정에서 공정위가 부당거래에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추정하는 기준을 30%로 제시한 것을 참고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년 1월 법이 시행되는 만큼 공청회에서 의견을 수렴해 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분이 기준 이하면 아예 처벌을 안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율을 높게 가져가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혀 비율을 경제계의 예상보다 낮은 10∼20% 수준으로 낮출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장원재·박창규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