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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의 여름…좌파는 촛불, 우파는 맞불, 시민은 열불

입력 | 2013-07-02 03:00:00


토요일인 6월 29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한국 캐나다 수교 50주년 페스티벌’ 행사 초대가수로 무대에 선 JK 김동욱 씨가 열창했지만 그의 허스키한 음성은 옆에서 터져 나온 ‘와’ 하는 고함소리에 묻혀버렸다. 청계광장 옆 인도에 모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회원 150여 명이 내지르는 소리였다. 회원들은 확성기를 튼 채 ‘촛불 난동세력 물러가라’ ‘국정사회 혼란은 국민이 척결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청계광장 건너편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는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 등 500명이 모여 있었다. 대선 댓글 파문과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였다. 시위대는 ‘쓴소리 하면 종북 낙인찍는 국정원’ ‘NLL 물타기 논쟁 국정원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촛불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려 했다. 경찰이 황급히 막아서자 몸싸움이 벌어졌다. 어버이연합 이규일 수석지부장은 기자에게 “촛불집회가 열리는 곳에 최대한 가깝게 자리를 잡는다. 그들의 목소리가 안 들리게 맞불을 놓는 것이다. 집회 인원이 많아지면 일부러 앰프 소리를 더 크게 해놓는다”고 말했다.

6월 21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한 발언을 3분 분량으로 편집한 동영상이 자주 상영된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변경하더라도 헌법을 위배하는 건 아닙니다. 어쨌든 NLL 안 건드리고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연사가 “노 대통령은 옳고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집회 참가자들은 “옳소”라고 화답했다.

대선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반(反)보수진영이 국정원 규탄이라는 깃발 아래 결집하는 양상이다. 6월 28일 전국 11개 지역에서 3000여 명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좌파진영 일각에선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때 벌어졌던 것 같은 촛불집회가 재연될 조짐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 수의 증가 추세는 당시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6월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첫 집회에는 6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고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28일은 1800여 명이었다. 한대련이 주축이 된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 집회는 22일 700여 명에서 30일 150명으로 줄었다. 2008년엔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일주일쯤 됐을 때 광화문과 서울광장에 하루 1만∼2만 명(경찰 추산)이 모였고 많을 땐 5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그 광장을 사이에 두고 거의 매일 저녁 우리 사회의 양극단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청계천의 저녁 정취를 즐기러 나온 연인, 가족들은 대부분 광장 양쪽에서 벌어지는 목소리 큰 집회를 무심히 지나치는 모습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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