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가 26일 오전 오사카 시내의 한 카페에서 자신이 표지 모델로 등장한 ‘오릭스 버펄로스 타임’ 7월호를 들고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오사카|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오릭스 4번타자 이대호를 만나다
ML 진출? 빅리그는 모든 선수의 꿈의 무대
한국대표로 뛴다 생각…롯데시절보다 안간힘
일본 에이스급 투수의 공 때리며 희열 느껴
류현진은 천적이다? 가장 아끼는 동생이죠
2011년 말 오릭스 입단이 확정됐을 때, 이대호(31)는 “한국 최고 타자가 일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일본 진출 2년째인 올 시즌 점점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빼어난 성적과 더불어 남다른 친화력으로 오릭스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그는 이제 일본프로야구 최고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올 시즌 후 2년 계약이 종료되는 그를 붙잡기 위해 오릭스는 물론 일본 내 다른 팀들과 메이저리그 팀들까지 움직이고 있을 정도다. ‘대한민국 4번타자’로 일본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이대호를 26일 낮 오사카 시내에서 만났다.
● 올 시즌 내 성적은 80점!
이대호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타점왕이다. 올 시즌에도 타격과 타점 등에서 또 한번 개인 타이틀을 노려볼 만하다. “상도 기회가 닿을 때 받아야 한다. 상에 욕심이 없다면 그것도 바보”라면서 “지금은 욕심 부리지 않고 매 게임 집중하다 시즌 막판 20게임 정도 남았을 때 (타이틀에) 근접했다면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 4번타자는 외로운 자리!
이대호가 붙박이 4번타자를 맡은 것은 롯데 시절이던 2004년부터다. 올해로 정확히 10년째 그는 부동의 4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4번은 개인 성적뿐 아니라 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욕을 먹는다. 외로운 자리다. 그걸 이겨내야 좋은 선수라고 할 수 있다”며 “내가 한국 대표로 일본에 와 있기 때문에 내가 못하면 후배들이 일본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롯데 시절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혼자서 강해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로이스터 감독 밑에서 뛰었던 롯데 시절을 떠올렸다. “로이스터 감독님은 ‘4번타자는 끝까지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도리’라며 나를 교체 없이 9회까지 그대로 놔두셨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교세라돔 내부에 마련된 오릭스 버펄로스 용품점 입구에 커다란 이대호의 입간판이 당당하게 놓여 있다. 오사카|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에이스와의 승부를 즐긴다!
● 류현진은 멋진 투수!
한국에서 뛸 때 이대호는 류현진(26·LA 다저스)의 천적이었다. 유난히 더 강했다. 그러나 사석에서 만나면 피를 나눈 형제 못지않을 정도로 돈독하다. “현진이는 제일 아끼는 동생”이라며 “요즘도 가끔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한다. 현진이가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그렇게 큰 사람들이 많은 메이저리그에서 당당히 한국야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나라 최고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에이스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내가 봐도 현진이는 멋지다”고 칭찬했다.
● 앞으로 10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
올 시즌 후 거취에 대해 이대호는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속내도 털어놓았다. “빅리그는 모든 야구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라며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발이 빨라서도, 수비가 좋아서도 아니다. 방망이 하나로 이 자리에까지 선 것”이라고 말했다. 타격 실력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으로 태평양을 건너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오사카|김도헌 기자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