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이란은 아랍어를 쓰는 아랍인이 대부분인 여타 중동 이슬람국가와는 인종(터키인, 페르시아인)과 언어(터키어, 페르시아어)가 다르다. 두 나라는 인구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최근 정치 지형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터키는 초대 대통령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건국과 함께 정교분리를 선언한 후 일부일처제, 여성 선거권, 여성의 히잡 착용 금지 등 서구화된 각종 정책을 도입했다. 또 꾸준한 유럽연합(EU) 가입 추진, 미국 등 서방국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 등으로 중동 지역에서 가장 탈(脫)이슬람화한 국가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반면 이란에서는 여성부 신설, 소수민족 인권 보호, 언론자유 신장 등 대대적인 개혁을 공약한 온건파 후보 하산 로하니(65)가 15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강력한 신정정치를 폈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에게 일격을 가했다. 당초 하메네이가 미는 후보와 로하니가 결선투표까지 가는 혼전이 점쳐졌으나 그는 50.7%의 지지를 얻어 낙승했다.
특히 로하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 및 서방 세계와 소통하는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1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HassanRouhani)에 2003년 이란 케르만 주를 강타한 대지진 당시 미국이 설치한 야전병원을 방문한 사진을 올려 핵개발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뜻을 드러냈다. 로하니는 17일에도 미국 기독교매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보도한 ‘로하니가 세계와 관계 회복에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걸어 트윗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터키와 이란이 가는 방향이 다를지언정 그 시작은 에르도안 총리와 하메네이라는 두 지도자의 장기집권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기차와 같아 목적지에 내리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주장하는 에르도안 총리는 자신의 장기집권을 위해 세속주의를 표방한 건국이념 ‘케말리즘’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이란에서는 하메네이의 강력한 신정체제와 더딘 경제성장에 염증을 낸 일반 국민이 예상치 못했던 개혁파 대통령의 당선을 이뤄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터키의 대규모 시위와 개혁파 후보의 이란 대통령 당선은 국민의 의사표현을 억압했던 양국 지도자가 치르는 대가”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