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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朴대통령 訪中과 中의 기대

입력 | 2013-06-24 03:00:00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27∼30일 중국을 방문한다. 이번 방중의 성과는 박 대통령이 중국 지도자들을 설득해 대북정책을 바꾸는 것에만 달린 것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지도자들로 하여금 향후 5년간 한국의 이 여성 대통령과 긴밀하고 서로 신뢰하는 정치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한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것뿐 아니라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 번영을 가져오는 동력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중-한 양국 간 협력과 교류가 동북아의 지정학적 판도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해 왔다. 2012년 12월 ‘중-한 관계는 아시아에서 가장 홀대받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글에서 양국의 협력 강화는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중국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한국이 미국의 세력 범위 안에 있다는 기본 사실을 무시했다는 비판이었다.

필자는 미래의 동아시아 정치가 대국이 주도하는 ‘세력 분할’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동아시아 각국의 양자동맹 체제는 냉전시대의 진영 대립 구도에서 나왔다. 만약 중국의 굴기(굴起)가 중-미 양국의 아시아 내 세력 분할을 뜻한다고 본다면 이는 동아시아 각국의 발전을 저평가하고, 인터넷의 발달이 가져온 ‘인민과 인민 간 관계’가 전통적 국제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음을 경시하는 것이다.

한국은 ‘중등 강국’에 해당하지만 지정학적 중요성과 경제 역량, 세계화 정도 등을 기반으로 아시아 내 중국 대 미-일 구도가 전략적 균형 상태에 있게 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노무현 정권이 주장했던 ‘동북아 균형자론’과 다르다. 한국은 자신의 힘으로 중-미 관계의 균형을 이뤄 낼 수 없다. 하지만 동아시아 정치에서 균형을 유도할 수는 있다. 이는 한국이 중국 대 미-일 구도에서 양쪽과 원활한 소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 안정을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한반도 통일이 이뤄지면 냉전 체제의 완전한 종식뿐 아니라 동북아 정치가 ‘다원공치(多元共治)’의 새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

오늘날 아시아 국가는 대국 주도의 세력 분할 정치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다. 중국과 미국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것도 원치 않는다. 따라서 미래의 동아시아 질서는 다원공치일 것이다. 이는 지역 내 모든 성원이 다원주의적 안보와 경제협력 구조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한국이 아시아 정치에서 활동할 공간은 매우 크다.

박 대통령의 외교 이념은 2개의 프로세스로 요약된다. 하나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각자의 이익 존중을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 평화와 안전을 위한 ‘서울 프로세스’다. 이 둘은 미래 동아시아 정치질서의 진화에 대한 한국의 기본적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좋아하는 외교 표현 중 하나가 ‘등고망원(登高望遠)’이다. 국가가 서로 교류할 때 개인이 서로 아껴 주는 것처럼 정성을 기울이고 각자의 관점과 성격, 기분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하다. 중-한 간 대북 정책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국지에서처럼 서로 매실주를 마시며 영웅을 논해야 한다. 양국이 2008년부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고 서로를 규정했지만 이 말이 공허했던 이유는 기존 중-한 지도자 간에 성의를 갖고 얼굴을 맞대며 전략적 구상을 깊이 논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미래 중-한 관계가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할 수 있을지는 양국 지도자와 국민이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을까에 달려 있다. ‘중국철학사’(박 대통령이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힌 중국 철학자 펑유란·馮友蘭의 책)에서 정신의 힘을 얻은 한국의 새 지도자라면 중국의 존경과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