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연구서 ‘포르노 이슈’ ‘권태’ 펴낸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연구원들은 ‘몸문화’를 생생하게 연구하기 위해 포르노 비디오를 보고, 자살자의 유가족을 만나고, 성매매 종사자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들은 몸과 마음을 합친 ‘뫔’을 연구한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서윤호 연구원, 임지연 연구원, 주기화 연구원, 김종갑 소장.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4일 건국대 서울캠퍼스 안에 있는 몸문화연구소에 들어서자 김 소장은 초면의 기자에게 다짜고짜 ‘영입 제안’부터 했다. “다음 세미나부터 꼭 나오세요. 생생한 현장 취재에 익숙한 언론인이 연구원으로 필요합니다.”
이 연구소 융합연구의 비결은 그런 식으로 이뤄졌다. 연구소는 매년 주제 하나를 정해놓고 매달 한 차례씩 세미나를 열어 각자의 연구 상황을 발표한다. 세미나에는 전임연구원은 물론이고 다른 대학의 교수, 한의사, 정신과 의사, 출판사 대표로 이뤄진 객원연구원까지 20여 명이 참석한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매년 두 차례 학술대회를 열고 책으로 펴낸다. 지금까지 기억, 폭력, 자살을 주제로 다뤘고, 올해는 행복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김 소장이 몸 연구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비염 때문이었다. “몸이 불편하지 않으면 몸을 의식하지 못해요. 비염에 걸리니 머릿속에서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것 같고 숨 쉬는 것을 계속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개인의 실존적 상황을 좌우하는 몸을 학문적으로 규명하고 싶었죠.”
임지연 연구원(국문학)은 “결혼 전에는 자유로워서 내 몸을 인식하지 못했는데 아이 둘을 낳고 몸이 육아에 얽매이다 보니 몸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며 “이를 국문학적으로 해명하기 위해 연구소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연구소는 ‘파란 행복, 빨간 행복’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서윤호 연구원(건국대 법학 연구교수)은 “영화 ‘매트릭스’처럼 파란색과 빨간색은 각각 가짜 행복과 진짜 행복을 가리킨다”며 “위선으로 가득 찬 행복에 갇혀 살지, 행복을 현실적으로 들여다볼지 성찰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앞으로 연구소는 성매매를 다룬 책을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 3명을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었다. 또 미소를 강요받는 감정노동자에 주목해 ‘감정’을 주제로 한 책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