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공사 ‘부모님나라 바로알기 캠프’ 통해 베트남 다녀온 박희선 양
중학교 3학년 박희선 양(15·전남 보성군 예당중·사진)은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어머니의 고향 베트남에 다녀왔다. 한국공항공사의 다문화 사회공헌활동인 ‘부모님나라 바로알기 캠프’ 덕분이었다. 2011년 5월 시작한 이 캠프를 통해 지금까지 다문화가정 중고교생 80명이 베트남 필리핀 같은 부모의 나라를 찾았다.
박 양은 베트남 출신 엄마 응우옌티브이 씨(25)와 2008년 여름에 처음 만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새엄마, 그것도 베트남 엄마가 생기는 데 불만은 없었을까? 박 양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홀로 오랜 기간 저와 언니를 기른 아버지도 새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제 새엄마는 박 양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됐다. 박 양은 한여름과 다름없는 요즘 새엄마와 함께 동네 주변 냇물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그리고 장날이면 새엄마의 손을 꼭 잡고 전통장터 나들이도 즐긴다. 박 양은 “엄마와 나는 자매나 단짝 친구 같아요. 덕분에 심각한 사춘기도 겪지 않고 지금까지 잘 지낼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박 양에게도 늘 아쉬운 점은 한 가지 있었다. 새엄마가 태어난 베트남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베트남 얘기를 들어도 직접 가본 적이 없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박 양은 ‘베트남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늘 생각했었다. 하지만 집안 사정, 학교 공부 때문에 기회가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러던 5월 박 양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교장 선생님의 추천으로 부모님나라 바로알기 캠프에 참가하게 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정 자녀 19명과 함께 베트남의 하노이와 할롱베이를 여행했다.
박 양은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새엄마가 한국에 적응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 가본 베트남은 한국과 기후 언어 문화 음식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박 양은 “시집오자마자 우리 자매의 엄마로, 한국 아줌마로 금세 적응한 엄마가 새삼 대단하고 고마웠어요”라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