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低가 바꾼 관광-유통 신풍속도
엔화 약세로 일본인 관광객이 줄면서 유통업계에선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전용 엘리베이터를 운영 중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급감했던 일본 여행 인파가 엔저 덕분에 급증하면서 올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크게 줄면서 서울 시내 주요 쇼핑 지역에서 일본어가 자취를 감추고 중국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등장하는 등 장기화된 엔저가 관련 업계의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국내 여행사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본으로 떠난 해외 여행객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2010년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은 42만 명이었으나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24만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다 올해 들어 엔저 바람을 타고 1분기(1∼3월)에만 약 12만 명이 일본으로 떠났다. 고객들의 일본행 문의가 많아지면서 관련 인력도 충원했다.
서울 명동의 화장품 로드숍에선 최근 일본어로 손님을 끄는 목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 업체마다 줄어드는 일본인 대신 중국인에게 집중하자는 전략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샤 매장에서 주력 제품은 중국어 안내문이 일본어 안내문보다 먼저 붙어 있다. 미샤 관계자는 “홍보물 부착 1순위였던 일본어의 위상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며 “공간이 부족하면 중국어 안내문만 부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아예 중국인 전용 엘리베이터도 마련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대부분 가이드와 함께 단체로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의 특성을 감안해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쇼핑 동선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특급호텔들은 내국인과 중국인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중국인 대상 VIP 패키지를 내놓았다. 플라자 호텔은 30일까지 70세 이상 내국인 고객에게 레스토랑 가격을 최대 40% 할인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