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볼 배합이 투수의 위력을 키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투수 리드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은 배터리의 호흡이 중요하다. 사진은 NC 배터리 김태군-에릭(오른쪽). 스포츠동아DB
■ 투수 전문가들이 말하는 포수 리드 허와 실
포수가 투수 능력 끌어내는데는 한계
이효봉 “포수 개개인 신뢰가 큰 관건”
日 프로야구 명포수 출신 이토 코치
“기억력·직감, 볼배합 좋은 명포수 조건”
과연 포수의 투수 리드에 공식은 있는 것일까. 똑같은 투수라도 포수의 볼 배합에 따라서 그 위력을 키울 수 있을까. 있다면 어느 정도일까. 투수론의 권위자인 롯데 김시진 감독, KIA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에게 물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포수가 투수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일치된 견해다.
좋은 투수 리드가 좋은 포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 리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투수 리드의 핵심이다. 무슨 뜻이냐면 똑같은 사인을 내더라도 그 포수가 누구냐에 따라 투수가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믿음의 크기에 따라 구위가 달라진다는 것이 투구의 오묘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투수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이효봉 위원은 “그래서 포수는 언제나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투수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김시진 감독 역시 “투수 리드에 답이 있다면, 만날 벤치에서 사인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과론일 뿐이라는 뜻이다. 어디까지나 포수는 투수의 보조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포수들에게 ‘투수와 사인이 엇갈리면 투수가 던지고 싶은 대로 해주라’고 얘기한다”는 선동열 감독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 위원은 “특정 타자가 몸쪽 직구에 약하다고 하자. 그러면 포수는 그렇게 리드하는 게 정답처럼 보인다. 그런데 투수가 제구력이 안 돼서 한가운데에 던져버리면 포수의 리드는 잘못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 이토의 포수론
그렇다면 좋은 투수 리드란 허상인 것일까. 일본프로야구의 명포수 출신인 이토 전 두산 수석코치(현 지바롯데 감독)는 “투수 리드에 정답은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좋은 포수의 절대요건으로 “기억력”을 꼽았다. 기억력이 좋아야 특정 타자와의 승부를 복기해 패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전력분석이 기억력의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포수의 머리는 중요하다. 결국 볼 배합은 포수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포수는 처음부터 만들어질 수 없다. 투수 리드에는 한계가 명백하다. 그러나 좋은 포수는 좋은 투구를 돕는 점 또한 분명하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