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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성패는 기업투자에 달려 내가 경영인이라면… 日에 투자 안할것”

입력 | 2013-06-03 03:00:00

‘미스터 엔’ 日 사카키바라 교수 진단 “물가상승률 2% 달성땐 또다른 거품”




“급격한 엔화 약세 국면은 이제 거의 끝났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패는 환율이나 국채금리가 아니라 일본 기업들이 투자 확대에 나서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신原英資·사진)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동아일보와 채널A가 지난달 31일 연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급격한 엔화 약세가 더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1990년대 말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을 맡아 엔화 환율을 안정시키며 ‘미스터 엔’이라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그는 엔화 약세에 대해 “엔화 환율은 향후 6개월 내에 105엔 선을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엔화가 이미 경제적 ‘균형’인 달러당 100엔을 넘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2년 내에 대대적인 양적완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최근 일본 증시 폭락과 국채금리 급등에 대해 “일시적 조정일 뿐 별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도 ‘아베노믹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문제는 엔화 약세가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것인데 아베 정부가 최근 투자 확대를 위해 내놓은 성장전략은 기존 정책들을 모아놓은 것일 뿐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내가 기업인이라면 일본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 정부가 ‘물가상승률을 2%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물가하락은 중국과의 교역 증대에 큰 영향을 받은 만큼 경기침체의 결과라고만 보기 어렵다”며 “물가상승률 2% 목표는 자칫 일본에 또 다른 ‘거품경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최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우경화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우파인 아베 정부가 미국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이웃 국가인 한국 중국을 등한시하고 있어 굉장히 우려된다”며 “경제적으로 중요한 동맹인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아베노믹스’가 엔화 약세 정책으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엔화가 달러당 100엔 수준에서 안정된다면 한국 기업들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원-엔 환율은 시장의 수요공급이 아니라 달러를 기준으로 교환비율로 산정된 재정환율로 계산하는데 이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며 “한일 외환당국이 재정환율을 공동으로 산정해 공개하는 등 재정환율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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