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청, 영훈학원 이사장 임원취소… 관련자 고발-중징계 요구
서울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이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성적을 조작해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고 지원자 인적사항을 드러낸 채 심사하는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3월 8일부터 한 달가량 두 학교와 학교법인을 종합 감사해 이러한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영훈국제중의 학교 운영 전반에서도 문제점을 적발해 법인 이사장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 성적 조작해 합격, 불합격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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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가운데 3명은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런데도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하자 영훈국제중은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깎아 이들을 합격시켰다.
또 영훈국제중은 매년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여름 영어캠프와 사배자 사전 학부모 면담에서 ‘입학 부적격자’로 분류된 학생이 객관적 채점영역에서 합격권에 있었는데도 주관적 채점영역에서 최하점을 줘 탈락시켰다.
조승현 시교육청 감사관은 “학교 측이 입학 부적격자를 떨어뜨리려고 성적을 조작한 사실을 시인했다”며 “미리 합격자를 내정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감사 결과 의심을 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대원국제중은 특별전형에 지원하면 일반전형을 볼 수 없는 규정을 위반했다. 차세대 리더 전형 탈락자 20명 전원을 일반전형에 응시하도록 해 1차에서 15명을 합격시켰다. 이 중 5명이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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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학교는 주관적 채점영역에서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드러내 놓고 심사하는가 하면 입시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3년간 보관해야 하는 원자료를 무단 폐기한 사실도 적발됐다. 두 학교는 2011∼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각 심사자가 채점한 학생 개인별 채점표를 버리고 채점점수를 합산한 심사점수 일람표만 보관했다. 원자료가 없으면 심사자들이 처음에 준 점수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조 감사관은 “학교 측은 심사가 끝난 자료라 아무 생각 없이 버렸다고 해명했지만 성적조작 사실을 숨기려고 원자료를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두 학교는 설립 때 약속한 저소득층 지원을 외면하고 전반적인 운영에서 부정을 저지른 점도 밝혀졌다. 특성화중 신청 당시 외국어에 재능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배자의 학비를 장학금으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두 학교 모두 지키지 않았다.
영훈국제중은 1차 연도에 1억6300만 원, 2차 연도부터는 그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2009년 1억1000만 원, 2011년 3300만 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대원국제중도 2011년 지원액이 애초 약속한 4억7500만 원의 10% 수준인 4900만 원에 불과했다. 특히 영훈국제중은 학교법인 이사장이 학교 재정을 마음대로 집행하거나 특정 업체와 공사 수의계약을 맺은 것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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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훈학원 이사장에게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고 비위 관련자 11명은 검찰에 고발했다. 또 각 학교법인에 영훈국제중 10명, 대원국제중 3명 등 13명을 파면 등 중징계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그동안 국제중에 대해 제기된 문제점을 끝까지 파헤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진보 교육시민단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영훈국제중은 입학 및 편입학을 대가로 2000만 원, 대원국제중은 5000만 원을 챙긴다는 제보가 있는데도 교육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감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