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지막 집창촌 ‘난초촌’ 8월말까지 자진철거… 정착비 등 구체적 지원책도 한몫
2011년 5월 춘천시가 난초촌 폐쇄를 추진하자 이에 반발해 한터 춘천지부가 춘천시청 앞에서 주최한 ‘춘천 성노동자 생존권 결의대회’. 동아일보 DB
○ 성매매 여성 정착비로 1000만 원 지원
난초촌 폐쇄는 지난해 11월 춘천시가 옛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의 시민 개방 계획에 따라 인접한 난초촌 일대를 정비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캠프페이지 담을 허물면 춘천 도심에서 난초촌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는 업소들을 정비한 뒤 공원과 주차장 용도의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난초촌 폐쇄는 2011년에도 추진됐지만 업소들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터라 난초촌 사람들은 이번에도 ‘결사 항전’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 담당 직원들이 난초촌을 찾아가 폐쇄 추진 의사를 밝혔을 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심한 욕설뿐이었다. 그래도 직원들은 끊임없이 난초촌을 찾아가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자활 프로그램 지원을 제시하는 등 대화하고 설득했다. 올 1월에는 난초촌 공터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전문 상담사를 배치해 애로 사항과 직업 적성 교육, 이주, 이직 상담을 시작했다. 결국 난초촌 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대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구체적 지원책도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춘천시는 올해 4월 전국 처음으로 성매매 여성을 위한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 운영 조례’를 만들어 1인당 1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주비 600만 원과 취업 전까지 생계비 400만 원이다.
○ 단전 단수에 공권력 행사도 검토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시 내부에서는 경찰의 협조를 얻어 강제 철거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단전과 단수도 검토됐다. 하지만 담당 직원들은 ‘대화와 타협’이 우선이라며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공권력을 행사했더라면 난초촌 사람들에게 물리적 저항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시의 선택은 바람직했다.
난초촌 사람들도 “자진 철거 결정은 지속적인 대화로 정비계획을 추진해 온 춘천시 행정의 결실”이라며 “전국 성매매 집결지마다 철거 시 유혈사태가 일어났지만 최초로 춘천시와 한터 춘천지부는 대화와 타협으로 유례없는 자진 철거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준 춘천시장은 “난초촌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하고 단전 단수도 검토하도록 지시했었다”며 “담당 직원들의 헌신적인 대화 노력이 난초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