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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지휘땐 권한 줄어” 조직利己에 반쪽대책

입력 | 2013-04-18 03:00:00

■ 금감원 주가조작 수사권 포기




상장회사 최대주주인 A 씨는 2010년 초 금융회사와 기업체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IR)를 열었다가 망신만 당했다.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를 여지가 적다며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전주(錢主)와 초단기매매를 하는 전업투자자들을 모아 2010년 말부터 2011년 2월까지 1500차례에 걸쳐 서로 짜고 주식을 매매하며 시세를 높였다. 주가 꼭짓점에서 주식을 산 개미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길어지면서 당국은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올 3월에야 주가 조작범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가 18일 내놓는 ‘주가조작근절 종합대책’은 범법자 조사에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려 검찰의 고발조치 자체가 ‘사후 약방문’이 돼버리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주가조작 행위를 혐의 포착 초기에 잡아낼 ‘무기’로 평가받던 특별사법경찰권 전면 도입이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해 효율적 단속이 가능할지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별사법경찰권은 세무, 관세, 철도, 소방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정 분야 직무를 하는 공무원에게 주는 수사권이다. 금융감독원 조사담당 직원에게 이 권한이 부여되면 해당 직원은 강제 수사권을 갖고 검찰의 지휘를 받아 혐의 포착 초기에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그만큼 조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검토 끝에 이 수사권을 받지 않기로 했다. 수사권 없이도 검찰, 금융당국, 거래소가 참여하는 합동수사단의 공조만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또 수사 권한이 생기면 지금까지 ‘조사’ 명목으로 실시하던 계좌 분석업무를 일일이 법원의 영장을 받아 진행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직 이기주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해 자칫 본연의 조사·감독 권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국내 불공정거래 조사의 핵심은 86명으로 구성된 금감원 전문조사인력인데 이들의 대부분을 뺀 나머지 일부 인력에 수사권을 주는 것만으로 조사기간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거래소→금감원→금융위원회→검찰→법원’의 5개 단계를 거치는 조사절차를 ‘정부 합동수사 및 기소→재판’이라는 2단계 정도로 축소하면 시세조종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범법자를 적발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초동수사 단계에서 경험이 많은 금감원 전문인력 대부분이 수사권을 갖지 못해 기간 단축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안동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가조작 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사에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있었던 만큼, 수사권이 금감원에 전면 도입되면 조사를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수사권을 전면 도입하지 않더라도 합동수사단 구성만으로 주가조작 조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주도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증권선물위원회가 거래소에서 받은 혐의 자료를 분석해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금감원 조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검찰에 넘길 수 있다. 한국거래소, 금감원, 금융위 등을 거쳐야 하는 ‘다단계 체계’가 단순화되므로 빠른 조사와 처벌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상훈·홍수용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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