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20년 맞아 신작장편 ‘불의 꽃’ 낸 소설가 김별아
‘조선 여성 3부작’을 집필 중인 김별아 소설가. 조선 왕실의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채홍’에 이은 두 번째 신작 ‘불의 꽃’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순애보를 다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역사에 가려진 여성을 발굴해 그들의 삶과 사랑을 전해온 작가 김별아(44)의 신작 ‘불의 꽃’(해냄·사진)은 이렇게 시작된다.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유 씨 부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소설은 ‘조선 여성 3부작-사랑으로 죽다’의 ‘채홍’(2011년)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조선 왕실의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전작처럼 ‘불의 꽃’도 15세기의 조선시대가 배경이다. ‘불의 꽃’은 조선왕조실록에 ‘전 관찰사 이귀산의 아내 유 씨가 지신사(도승지) 조서로와 통간(通姦·간통)하였으니 이를 국문하기를 청합니다’라는 짧은 글귀를 모티브로 삼았다.
광고 로드중
‘불의 꽃’은 김별아의 열한 번째 장편소설이자 역사를 소재로 한 여덟 번째 작품. 그는 사료를 바탕으로 큰 줄기를 그렸지만 행간을 읽어가며 맥락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혼불’의 최명희 선생님은 작품의 캐릭터를 만들 때 생년일시를 정하고 사주까지 봤다고 합니다. 저는 가족 관계에 주목해 인물의 성격을 분석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엄한 아버지와 고집 센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조서로는 부모를 잃은 뒤 자신의 집에 맡겨진 녹주와 좋은 벗이 된다. 둘은 각자 다른 배필과 결혼한 뒤에도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서로에게 위로 받았던 경험과 애정 때문에 상대를 잊지 못한다.
소설은 비교적 선정적인 소재인 간통을 다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사랑의 순정을 표현하기 위해 유려하고 정제된 언어로 서술됐다. 의성어와 의태어, 순우리말이 많다. “역사는 교훈이 아니라 위로라고 생각해요. 지고지순한 과거 연인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요즘은 유행가 가사처럼 목숨 바쳐 사랑한다고들 하지만 그저 보통의 사랑만 범람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1993년 ‘닫힌 문 밖의 바람 소리’로 등단한 20년차 작가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문학의 위기란 말은 지겹게 들었지만 소통은 이어지죠. 매체와 환경이 바뀌어서 방식이 변하고 있는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대중적으로 읽힐 수 있도록 쓰고 싶어요. 쉽게 쓰기가 오히려 쉽지 않더라고요.”
광고 로드중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