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베이스볼브레이크] 한화 ‘수수방관 구단…13연패 예견된 참사’

입력 | 2013-04-16 07:00:00

한화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 구단 관계자들 “한화 최악…구단 자기반성을”

류현진·박찬호·양훈 빈자리 대책 외면
이적료 280억 FA 영입에 한푼도 안써
“쌓였던 문제 터진것…각성 필요” 지적


한화가 개막 1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충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사실 ‘예견된 참사’다. 류현진(LA 다저스), 박찬호(은퇴), 양훈(군 입대) 등 주축투수가 대거 빠져나갔지만 전력보강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류현진을 떠나보내면서 받은 이적료 280억원은 금고에서 잠을 자고 있는 형편이고, 10년 넘게 방치한 ‘2군 우물’도 말라버린 상태라 기존 선수들로만 팀을 유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구단의 수수방관으로 부실화한 팀이 ‘프로야구 역대 개막 최다연패’라는 참혹한 현실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류현진의 빈 자리, 예상 못 했을까?

1승의 중요성은 이미 NC를 통해 증명됐다. 어렵사리 창단 첫 승을 거둔 NC는 지난 주말 SK와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단순히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연패의 부담감 때문에 바짝 얼어있던 선수들이 1승 후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반면 한화는 1승도 못 거두면서 선수들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 뾰족한 해결책도 안 보인다.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스토퍼 역할을 해주던 에이스 류현진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잘못은 구단에 있다. 류현진은 몇 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한화는 일찌감치 그가 떠났을 때를 가정해 선발진을 정비했어야 했다. 데뷔 때부터 리그를 평정한 ‘괴물’ 류현진이 없으면, 1년에 7∼8승씩은 해줄 투수 2명은 최소한 준비시켰어야 공백을 메울 수 있는데도 한화 구단은 그러지 못했다. 구단은 지금 1군으로 올라올 수 있는 투수가 선발도 아닌 불펜요원 박정진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전력 배분은커녕 군 입대 관리도 부실한 한화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두산은 신인드래프트가 끝나면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선수육성의 방향을 정한다. 허경민이 대표적 사례다. 허경민은 2008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국가대표팀에서 김상수(삼성)를 제치고 주전 유격수를 꿰찰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그러나 두산은 입단 이듬해 그를 군대(경찰청)에 보냈다. 같은 포지션에 손시헌과 김재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구단은 허경민을 5년 뒤 팀의 내야를 책임질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내정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프런트는 그를 “2군에 대기 중인 제2의 손시헌”이라고 표현했다. 부상, 이적 등으로 주전선수가 빠졌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포지션별로 마련해둔 것이 두산 ‘화수분 야구’의 원천이다.

엔트리 결정권은 감독에게 있지만, 이처럼 감독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쥐어주는 일은 구단의 몫이다. 그러나 한화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는 해에 양훈마저 군대(경찰청)에 보냈다. 에이스가 빠지면서 크게 흔들릴 마운드가 더 약해졌다. 2010시즌 도중 주전 3루수 송광민을 군에 보낼 때도 군 미필자 관리에 허점을 보였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 있는 한 야구 관계자는 “한화는 3, 4년째 주전경쟁 없이 정체돼 있는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2군에서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없으니 내부경쟁이 될 리 만무하다.

○280억 원은 어디에 있나?

한화 구단이 더 비난 받는 이유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얻은 280억원을 선수 영입에 한 푼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정현욱(LG), 김주찬(KIA) 등이 있었지만 한 명도 잡지 못했다. 이유를 떠나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남아있는 선수의 복지가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이뿐만 아니다. 전력보강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인 트레이드도 즉시전력감 대신 미래(장성호↔송창현/이상훈↔길태곤)를 보고 감행했다. 선수육성의 필요성을 느껴 부랴부랴 2군 전용훈련장을 마련했지만, 1군 주전선수 한 명을 키워내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화의 현실에 대해 “어중간하게 이기고 지면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보다, 오히려 지금이 한화 구단 고위층과 그룹 관계자들에게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한화의 문제는 1∼2년 사이에 발생한 게 아니다. 그동안 쌓였던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 구단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각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