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자수성가했지만 끝까지 귀화 거부한 故이기학 회장
지난해 7월 타계한 재일교포 이기학 씨의 생전 모습. 이 씨는 국내에 있는 전 재산 23억여 원을 자신이 세운 학봉장학재단에 유증했다. 이연현 씨 제공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씨의 아들 연현 씨(55)는 5일 “아버지가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고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공부를 해야만 뜻을 이룰 수 있다며 장학사업을 일생의 사업으로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1928년 전남 화순군 청풍면에서 태어나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간 이 씨는 고학으로 중고교를 마치고 일본의 사립명문대 메이지대 법학부에 진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보따리 장사 등 안 해 본 장사가 없었던 이 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일본의 대기업인 일본생명에 입사가 결정됐다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사가 취소됐다. 귀화를 권유받기도 했지만 거절하고 사업으로 방향을 돌려 와코물산과 와코테크니카를 창업해 사업가로 성공했다. 와코(和光)는 태어나고 자란 화순군과 광주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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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2007년 학봉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첫 장학금을 전달하며 “한순간도 조국에 대한 애정과 고향을 향한 향수를 감출 수 없었고 부모님을 그리는 애틋한 정과 동포들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않았다”며 “미력이나마 조국과 민족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학봉장학재단은 지난해까지 연인원 600여 명에게 3억여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박희창 기자 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