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책 펴낸 차문성 대한항공 선임사무장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차문성 씨. 그는 자신의 신간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을 펴보며 “피아니스트가 꿈인 딸과 아내 덕분에 나온 책”이라고 했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 ‘소창박물관’(www.sochang.net)은 2004년 당시 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청소년 권장 최우수 사이트로 뽑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대한항공 선임사무장인 차문성 씨(53)는 가슴이 탁 트이는 듯했다. 책이 출간되면 꼭 이곳에 오리라. 1년여 전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예술의 기계화에 반대한 영국 시인이자 사상가인 윌리엄 모리스(1834∼1896)가 살았던 붉은 벽돌집을 마주하니 1년이 아니라 온갖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그건 뭔가를 이뤘단 만족감도, 털어낸 시원함도 아니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벽돌 냄새가 진득하니 배어나왔다.
취미로 시작한 답사가 삶의 기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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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대한항공 입사는 더 큰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습니다. 해외나 지방에 비행 갈 때마다 현지 박물관 등을 문턱이 닳게 드나들었죠. 그렇게 모은 문화재 자료가 방 하나를 가득 채웠답니다. 그때 모은 도록이나 팸플릿은 돈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에요.”
그렇게 키운 공력은 PC통신 시대를 맞아 빛을 발했다. 1990년대 천리안 문화유산답사동호회 ‘우리얼’에서 재야 고수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당시 필명이 ‘아사달’이던 차 사무장이 글을 올리면 격찬이 쏟아졌다. 오프라인에서 강의 요청까지 폭주했다. 입소문을 타고 100∼200명씩 모여들곤 했다.
오종도 비-대자사 터 처음 찾아내기도
그렇다고 우리얼 활동을 ‘그들만의 리그’로 보는 건 곤란하다. 대외적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남겼다. 정유재란 때 조선을 도와 강화도를 지킨 명나라 장수 오종도(吳宗道)의 업적을 기리는 비를 발굴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얼은 강화도 해안에 버려진 비를 찾아내 강화역사관에 보존토록 했다. 경주에 KTX 신역사가 생길 때 반대운동에도 참여했다. 뭣보다 1999년 충남 아산 외암 민속마을을 지키는 과정에서 힘을 보탠 것은 차 사무장에게 커다란 긍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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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덕분이었을까. 이후 그의 문화재 사랑은 더한 깊이를 얻었다. 2008년엔 세종대왕이 불경을 안치했었다는 대자사(大慈寺) 터를 경기 고양시에서 처음으로 찾아냈다.
“우리 것 아끼면 외국 것도 사랑하게 돼”
그가 지난달 출간한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성안당)은 오랜 문화재 사랑의 산물이다. 박물관과 미술관 하나하나를 꼼꼼히 되짚었던 발품을 초심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레드하우스를 다시 찾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리스가 미술공예운동을 하며 미술을 생활 속으로 끌어왔듯이 차 사무장도 누구나 편안하게 문화재를 관람하는 안내서를 만든 것이다.
“문화재는 국경이 없습니다. 우리 것을 아끼다 보면 해외 작품도 사랑하게 되죠. 이 책이 그런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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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