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은 잠시 고통을 잊는다. 쾌활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면 흥이 나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 설명하기 어려운 공동체 의식까지 생긴다. 그래서 축구와 야구, 농구 등 집단적인 열기가 느껴지는 스포츠 경기에선 음악이 꼭 등장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때 고통을 잊는 것은 몸 안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외부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에 대항하기 위해 몸 안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통증은 줄이고 즐거움은 크게 만든다.
음악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 전통사회에서는 구성원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서 여럿이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췄다. 음악에 맞춰서 박수를 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등 연구팀은 음악을 듣거나 듣지 않을 때 물리적인 고통을 참는 정도를 측정해서 음악과 엔도르핀의 관계를 조사했다. 엔도르핀은 진통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통을 참는 정도가 크다면 몸 안에 엔도르핀이 분비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실험 참가자는 음악을 듣는 사람과 아예 듣지 않는 사람, 노래와 춤, 악기연주 등 음악 활동을 직접 하는 사람 등 3가지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노래와 춤 등 음악활동을 직접 하는 사람들이 물리적인 고통을 더 잘 참았다. 또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는 고통을 잘 참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자체에는 엔도르핀을 분비시키는 요소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엔도르핀은 인간이 음악과 관련한 직접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