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경제부 기자
“원래 참석하셔야 하는데 해외 출장 중이셔서….”
28일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열린 새 정부의 첫 경제정책점검회의 브리핑 중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열린 회의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향후 경제정책의 방향과 최근 경기흐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새 정부 경제팀이 구성된 뒤 처음 열린 회의라는 상징성이 있고,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반영해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하는 자리라는 점 때문에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경제장관들은 물론이고 민간 경제전문가들까지 빠짐없이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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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잦은 해외 출장으로 비판을 받았다. 당시 김 총재는 “국제사회에서 한은의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불가피한 출장”이라고 반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 간 공조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수긍하기 어려운 설명은 아니다.
문제는 출장 시점이다. 김 총재는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새 정부와 정책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그의 언급과 달리 시장에서는 한은과 새 정부가 ‘정책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가 통화정책을 포함한 ‘경기 정상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김 총재는 대외 여건, 저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 등을 들어 연일 금리동결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이날 재정부가 ‘경기회복 정책 패키지’에 한은의 중소기업 대출 지원책인 ‘총액한도대출 강화’를 포함시킨 직후 한은은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칫 한은과 재정부의 기(氣) 싸움으로까지 읽힐 수 있는 행보다.
과거에도 대통령이 바뀐 뒤 유임된 한은 총재가 새 정부 경제팀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재정정책을 총괄하는 정부와 통화정책의 키를 쥔 한은의 엇박자는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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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