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오페라 ‘세멜레 워크’ ★★★★
22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무대화된 ‘세멜레 워크’. 통영국제음악제 제공
헨델의 18세기 오페라 ‘세멜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10년 독일 하노버 헤렌하우젠 공연예술제에서 초연됐다. 10여 명이 이끌어가는 원작에서 주변 인물은 다 털어내고 불멸의 신이 되길 염원하는 여인 세멜레(소프라노 알렉산드라 자모스카)와 로마신화의 주신 주피터(카운터테너 아르민 그라머) 둘의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2시간 반에 이르는 원작은 80분으로 줄였다.
‘펑크 패션의 여왕’이라 불리는 영국 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가 의상을 담당해 신선한 패션쇼 오페라가 됐다. 웨스트우드의 최신 컬렉션 두 벌을 포함해 300여 벌의 드레스가 선을 보였다. 화려하면서도 전위적인 웨스트우드의 드레스를 입은 전문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는 사이에서 성악가는 갈망과 탐욕을 노래하고 연기했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루드게르 엥겔스 연출은 “기존의 구조를 부수고 깨뜨려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바로크와 펑크는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오페라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보톡스를 맞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형수술 등 현대 기술을 통해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라 믿는 현대인의 정신병을 얘기하고 싶었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착해 결국은 본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통영=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