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허발 고려대 명예교수, 훔볼트 언어학연구 논문집 출간
신간 ‘언어와 정신’을 출간한 허발 고려대 명예교수는 “언어와 정신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최근 훔볼트 언어학을 집대성한 논문집 ‘언어와 정신’(열린책들)을 출간한 허발 고려대 명예교수(85·독어독문학)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이렇게 강조했다.
빌헬름 폰 훔볼트(1767∼1835)는 일반언어학의 창시자로 언어와 정신의 불가분성을 언어철학적으로 탐구했다. 그의 언어학은 페르디낭 드 소쉬르, 놈 촘스키 등 후배 언어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무엇보다 언어학의 가치가 제대로 조명되고 있지 못한 현실에 큰 아쉬움을 표시했다. “언어학은 오늘날 상아탑에서도 비실용 학문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언어의 특수한 지위가 어디에 있는지, 언어가 왜 다른 전달 수단보다 뛰어난 것인지를 밝히고 싶었습니다.”
허 교수는 최근 학계의 융합 연구 경향을 환영하면서 “철학 논리학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의학 등이 언어학과 접목되면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2004년 작고한 허웅 전 한글학회 이사장의 10년 터울 동생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말 연구에 전념한 허 전 이사장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그는 유아기 언어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법을 먼저 배운 뒤 말을 배우는 게 아니라 말을 먼저 배운 뒤에 생각하는 법을 배웁니다. 독일 엄마들은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방적 명령어는 아이의 사고력 발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