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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안보불감증, 北위협에 비해 도발 적다고 느끼는 탓”

입력 | 2013-03-20 03:00:00

이나경-이영애 교수 분석… “비현실적 낙관주의도 한몫”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지만) 불안하지 않다’는 대답이 35.7%나 됐다.

그 35.7%의 ‘안보 불감증’은 어디서 온 것일까.

19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선 이를 인지심리학으로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이나경 이화여대 연구교수는 ‘신호탐지 이론’을 소개했다. 위험에 대한 신호가 있고 그것을 발견하면 ‘적중(hit)’이다. 신호가 없는데도 발견했다고 느끼면 ‘틀린 경고(false alarm)’다. 신호가 있는데도 이를 발견했다고 느끼지 못하면 ‘탈락(miss·놓침)’이다. 신호도 없고 발견하지도 못했으면 ‘경보 해제(all clear)’다. ‘적중’과 ‘틀린 경보’는 위험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탈락’과 ‘경보 해제’가 반복되면 사람들은 위험 신호에 거부 반응을 느끼고 웬만한 위험은 위험으로 느끼지 못한다.

이를 북한의 도발에 대입하면 신호는 ‘북한의 도발 위협’, 신호의 발견 여부는 ‘실제 도발’이다. 이 교수는 안보 불감증의 원인으로 ‘탈락’ 현상에 주목했다. 한국인들이 북한의 도발 위협은 많지만 그에 비해 실제 도발은 적다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부터 현재까지 535회에 걸쳐 크고 작은 대남 도발을 일으켰다. 연평균 약 40회의 도발을 일으킨 셈이다. 그럼에도 실제 도발이 적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이날 ‘위험 지각에 대한 인지심리학적 접근’을 발표한 이영애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위험 인식은 주관적 개념이다. 예컨대 서울시민은 서울에서 직접적 도발이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실제로 도발이 많았다는) 데이터의 의미가 줄어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경 교수는 한국의 ‘비현실적 낙관주의’, 즉 ‘설마 나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라는 심리도 안보 불감증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자연재해 등 모든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많이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영애 교수는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의 핵실험을 구체적 데이터로 판단하는 데 비해 한국의 일반인은 그 데이터에 자신의 감정 경험을 더함으로써 위험에 대한 지각이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 불감증의 오명에서 벗어나 안보 위험을 제대로 지각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지식과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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