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호 정치부 기자
먼저 황우여 대표가 입을 열었다. “인내와 존경이 협상의 출발점임을 잘 보여주신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기현 수석(원내수석부대표)에게 수고하셨다고 말씀을 드린다.”
그는 이어 “뒤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18대 국회 평균 법률제정 기간인 253.5일에 비하면 너무 늦다고 탓할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황 대표의 이런 견강부회(牽强附會) 논리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조직법을 ‘졸속 처리’한 셈이 된다. “정부조직법의 진정성을 여당 지도부에 제안하시고, 여당의 교섭 과정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신 박근혜 대통령께도 감사드린다”는 황 대표의 말은 ‘황당 발언’의 화룡점정이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이 원내대표는 그나마 “국민께 걱정 드렸던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민주통합당을 겨냥해 “발목 잡기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일이 없어지면 좋겠다. 야당의 숙원사업을 해결한다든지, 삼라만상을 한꺼번에 다 처리하자는 식으로 국회가 운영되면 새 정치를 못 하는 집단으로 계속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원총회에선 “누더기를 잔뜩 갖춘 모습의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창조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께서 아마 창조적으로 누더기가 약간 돼 있는 미래부를 잘 가동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김기현 원내수석이 나섰다. 30여 차례의 협상 실무를 맡았던 그는 “길이 막힐 때는 새로운 결단을 통해 길을 열어주시고 최종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앞장서 주신 황 대표님, 이 원내대표님을 비롯한 당 지도부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황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협상 기간 내내 불협화음을 낸 것은 당 안팎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절묘한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보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과연 이들이 서로 칭찬을 주고받을 만큼 제 역할을 충분히 했던가. 국민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좀더 낮은 자세로 그간의 ‘정치 실종’에 대해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던 것은 아닐까. 새누리당 지도부의 발언을 들으며 이런 물음이 머리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