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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 뜨자 해놓고 패버려요, 그럼 때린게 아니라 싸운게 되죠”

입력 | 2013-03-15 03:00:00

‘이진’ 고교생이 말하는 폭력 대책없는 학교




본보 취재팀은 13일 서울 A고 3학년 홍모 군을 만났다. 홍 군은 ‘일진’ 축에는 못 끼지만 ‘이진’으로 활동하며 학교폭력에 가담해왔다고 했다. 인터뷰 내용을 1인칭 화법으로 요약했다.



우린 얼굴은 잘 안 때려요.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치거나 로킥으로 종아리를 갈기죠. 주로 말이 없는 애들, 혼자 다니는 애들, 골 때리게 생긴 애들, 덜떨어진 애들, 장난 쳤을 때 반응이 웃긴 애들을 건드려요. “아, 왜 그래” “하지 말라고∼” 이러면 사실 재밌으니까.

처음에는 좋게 얘기하다가 괴롭히죠. 뭐 좀 빌려 달라고 했는데 싫다고 하면 빌미 잡히는 거죠. 인정사정없이 패야 반항을 안 해요. 요즘 학교에선 보는 눈이 있어서 학교 뒤편 조용한 데나 아파트 단지 주차장 골목 같은 데서 때려요.

요즘은 몰려다니면서 때리진 않아요. 그럼 같이 있던 애들도 공범으로 신고당하니까. 때린 게 아니고 싸운 걸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일대일로 맞짱 뜨자”고 해놓고 두들겨 패버려요. 그럼 경찰이 와도 때린 게 아니라 싸운 게 돼버리죠.

작년 6월에 말장난하다가 애를 학교 밖으로 데려가 때리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저를 포함해 4명이 지켜보고 1명이 때리는 거예요. 30분 동안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밟아서 온몸이 아주 피투성이가 됐어요. 그 뒤엔 반항 안 하고 괴롭혀도 얌전히 있더라고요. 걔는 부모님한테도 말 못 했어요. 집에서 물어보면 그냥 넘어졌다고 했겠죠. 그 후로 아직 아무 일도 없어요. 당사자 빼곤 아무도 모르는 거죠.

요즘 들어 담임들이 면담을 좀 하는데 다 공부 잘하고 조용한 애들 위주예요. 일이 터져도 선생님들은 몰라요. 선생님한테 욕해도 눈치만 보며 가만히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러니 맞은 애들이 선생님한테 얘기할 수가 없죠. 선생님들이야 뭐 시도 때도 없이 “친구들끼리 싸우지 마라” “사이좋게 지내라” 그런 얘기만 하죠. 아무도 안 듣는….

담임 말고도 학교에 상담사가 있대요. 그런데 실제로 본 적은 없어요. 제가 상담사를 만나게 되면 신고한 놈이 죽는 날이죠. 본다고 해도 뭘 해결하겠어요. 겨우 반성문이나 쓰라고 하는 거죠. 맞은 놈이 그걸 신고하면 어떻게든 찾아가서 패요. 경찰 두 명 정도가 학교에서 계속 보초 서고 있으면 저희가 좀 쫄지도 모르죠.

CCTV는 설치해도 똑같을 거예요. 나가서 때리면 그만이니까. 설치해도 저희가 부숴 버리거나 테이프로 감싸서 안 보이게 할걸요. 괴롭히는 애들이 잔머리는 더 잘 돌아가거든요. 학교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아요. 골 때리게 생긴 애나 때리는 애나 걔들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니까.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