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영국은 여전히 강력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저력은 1982년의 포클랜드 전쟁만 봐도 알 수 있다. 무려 1만2000km나 떨어진 아르헨티나 앞바다까지 가서 두 달여 만에 아르헨티나의 항복을 받아낸 것이다. 이후에도 영국 해군은 두 번의 이라크 전쟁과 코소보 분쟁, 또 최근의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자국의 위상을 높여 왔다. 이빨 빠진 호랑이인 줄 알았던 영국 해군이 이처럼 21세기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비결을 알기 위해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의 앤드루 세인트 조지 연구원은 2009년부터 2년간 영국 해군 조직을 심층 분석했다. 그는 하급 선원부터 최고위급 제독까지 수많은 병사와 장교들을 인터뷰하고 함정에 탑승해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 그는 군대에서도 ‘하면 된다’는 식의 강력한 군인정신뿐 아니라 쾌활함과 유머 같은 ‘소프트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군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분위기는 쉽게 전염된다. 함장을 비롯한 장교들의 기분은 병사들의 사기와 작전수행 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영국 해군 수뇌부는 작전이나 훈련에 투입된 함정 안의 분위기가 얼마나 쾌활하고 열정적인지, 장교들의 리더십은 어땠는지를 꼼꼼히 기록한다. 또 시간이 남을 때마다 가벼운 게임과 장기자랑을 함께 즐기도록 병사들의 스케줄을 관리한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매킨지가 발행하는 ‘매킨지쿼털리’에 실린 이 연구 결과는 DBR 124호(3월 1일자)에 전문이 번역돼 실려 있다. 영국 해군에서 관찰된 조직운영 기법은 일반 기업에도 적용 가능하다. 특히 직무 순환이 빠르고 팀 위주의 업무가 많으며 단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직원이 많을수록 소프트 리더십과 쾌활한 조직 문화가 효율적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