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합동전시회 퇴조… ‘단독콘서트’ 뜬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거리를 장식한 ‘삼성 모바일 언팩 2013’ 예고 광고. 모바일 언팩은 삼성전자가 2009년부터 개최한 휴대전화 론칭 행사의 이름이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모바일 언팩’은 삼성전자가 2009년 제트(Jet)를 내놓으면서 시작한 휴대전화 신제품 발표 행사의 브랜드 명칭이다. 그동안 꼭꼭 숨겨온 모바일 신제품을 박스에서 꺼내(언팩) 세상에 드러낸다는 의미로 이영희 부사장이 마케팅 담당 전무 시절 직접 지었다.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폰을 공개했던 ‘맥월드’가 ‘애플 덕후(오타쿠)’들의 축제였듯 삼성전자의 신제품 론칭 행사도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게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맥월드는 스티브 잡스가 1997년부터 11년간 기조연설을 맡아 그해 애플 신제품과 경영 전략 등을 발표해 온 행사로 그가 청바지와 검은 터틀넥 셔츠 차림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은 매년 화제가 됐다.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 시리즈인 ‘갤럭시’ 시리즈가 출시된 이후로는 행사 규모도 자연스레 커졌다. 삼성 자체 운영체제(OS)인 ‘바다(bada)’를 적용한 웨이브폰을 공개한 2010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행사장은 4개 벽면에 길이 33m, 높이 8m의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마치 사방에서 바닷물이 넘치는 듯한 효과를 연출했다.
이듬해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맞춰 연 ‘갤럭시S2’ 언팩 행사는 본격적인 신비주의 마케팅의 시작이었다. 행사 한 달 전부터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되 정보기술(IT)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티저 영상을 내보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은근한 홍보 덕에 언팩 행사는 30개국 89개 채널에 생중계돼 51만 명이 시청했다.
지난해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S3’ 언팩 행사에선 스마트폰 업계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전까지는 MWC나 독일 가전박람회(IFA), 북미 최대 통신전문전시회(CTIA) 등 주요 IT 행사에 참가해 벌이던 이벤트를 독자적으로 연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 전시회에 맞춰 행사를 열면 관객을 모으기는 쉽지만 그만큼 삼성 제품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진다”며 “아이폰 하나를 보려고 맥월드에 찾아가듯 이제 갤럭시S3를 보기 위해 삼성 언팩 행사장에 올 팬이 늘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S4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애플스토어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뉴욕 라디오시티의 뮤직홀에서 열린다. 행사에 사전 참가 신청을 한 세계 각국의 기자만 3000명. 지난해 8월 갤럭시노트2가 공개됐을 때 참석한 인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행사장”이라며 “우선 1층만 빌리긴 했는데 참가자가 넘치면 2, 3층까지 개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