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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농성장 방화범, 인사동도 불질렀다

입력 | 2013-03-09 03:00:00

“술 마시면 불태우라는 환청 들려”… 명동 등 서울도심 5곳 연쇄방화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먹자골목’에서 발생한 화재는 ‘방화’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3일 오전 덕수궁 대한문 옆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설치한 농성 천막에 불을 지른 안모 씨(52·사진)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쌍용차 농성 천막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한 안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농성장뿐만 아니라 인사동 먹자골목 등 서울 도심 4곳에 연달아 불을 지른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종로구 인사동 255번지 건물 1층 술집 ‘육미’에서 술을 마시다 2층에 올라가 종업원 탈의실로 사용하는 다락방에 들어간 뒤 폐지와 종업원들의 옷가지를 모아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어 인근 종로타워 22층에 올라가 휴대전화로 화재 현장을 촬영했다. 불길이 생각보다 크게 번지자 두려운 마음에 종로타워의 화재 비상벨을 4차례 눌렀다. 당시 화재로 인사동 인근 건물 11채, 점포 23곳이 불탔다. 안 씨는 1일에는 명동의 패스트푸드점 3층 직원 탈의실 옆에서 쓰레기와 직원들 옷가지를 모아 불을 지르기도 했다.

안 씨는 “술을 마시면 ‘저 앞에 더러운 것이 있지 않으냐, 어서 태워라’라는 환청이 들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모두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안 씨는 2004년 충동장애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10일간 입원한 전력이 있다. 1월 20일 경기 양평군에서 서울로 올라와 종로 일대 사우나나 찜질방을 전전하며 폐휴지를 줍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박희창·김성모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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