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대 국제부장
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에서 일어난 유성 폭발에 70억 지구인이 모두 깜짝 놀랐을 것이다.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대형 재난이었다. 1908년 러시아의 툰구스카 지역에선 지름 30∼50m로 추정되는 별똥별 하나가 2000km²의 시베리아 삼림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지구에서는 희귀한 일이지만 달에서는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달 표면이 곰보처럼 얽은 것도 이런 운석 때문이다. 지구 중력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달이 이 정도니 사실 지구에 떨어지는 유성체(流星體)는 엄청나게 많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에 따르면 매일 지구엔 100t의 유성체가 쏟아져 내린다고 한다.
광고 로드중
매일 엄청난 양의 유성체가 지구로 떨어지지만 실제로 지표면에 운석(隕石)으로 남는 것은 극히 적다. 지구를 감싸고 있는 두께 1000km의 대기층과 만나면서 마찰열에 의해 별똥별이 돼 불타 사라지기 때문이다. 깜깜한 밤에 하늘 여기저기서 줄 긋듯 빛나는 게 이런 유성이다.
결국 이처럼 두꺼운 대기층이 지구에 없었다면 인류는 매일 곳곳에서 엄청난 재난을 맞았을 것이다. 이번에 러시아에 떨어진 무게 1만 t의 유성체가 대기와 만나 공중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떨어졌다면 TNT 500kt의 위력을 지녔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15kt)의 33배에 해당한다. 100kg가량의 운석이 떨어진 체바르쿨 호수엔 지름 20m 안팎의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거의 불타고 유성체의 10만분의 1만 떨어졌는데도 이 정도 위력을 지녔으니 지구에 대기가 없었다면 얼마나 큰 재난이 일어났겠는가.
하지만 이런 대기 역시 적당하게 활동하는 적당한 크기의 태양과 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지구가 없었다면 지구에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양계의 경우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골디록스 지대는 0.95∼1.15AU(천문단위) 지대라고 한다. 천문단위란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평균거리로 약 1억4960만 km다. 태양계의 8개 행성 중 지구만이 유일하게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천체인 셈이다. 게다가 지구와 같은 적당한 크기가 아니었다면 달처럼 중력이 약해 대기가 모두 우주로 날아가 버렸거나 중력이 강해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물의 에너지원인 항성 역시 태양처럼 장기간에 걸쳐 비슷한 양의 에너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장구한 세월의 인류 생존은 불가능할 것이다. 말 그대로 우주 속의 태양계와 지구는 인류에겐 ‘로또 중의 로또’인 셈이다.
광고 로드중
하종대 국제부장 orionha@donga.com